화경대 / 제대로 먹고 살아 남기
화경대 / 제대로 먹고 살아 남기
  • 최재선
  • 승인 2005.11.08 00:20
  • 호수 11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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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경대 - 제대로 먹고 살아 남기

안전한 먹거리가 없는 세상이 됐다. 엊그제 육지에서 양식하는 연어와 송어 등에서 이른바 말라카이트 그린이라는 사용금지 약품이 검출된데 이어 이제는 기생충 알 ‘김치 파동’까지 일어났다. 중국에서 들어온 김치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생산되는 김치에서조차 이 같은 일이 벌어짐에 따라 이제는 ‘믿을 놈’하나 없게 됐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김치뿐만 아니라 그 동안 중국에서 들여오는 많은 먹거리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납이 든 꽃게는 물론 표백제를 사용하여 찐 쌀이나 도라지에서 정력식품으로 즐겨찾는 장어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식품에서 이상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앞으로 또 어떤 복병이 나타나 우리를 우울하게 할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최근에 나타난 이 같은 사태를 놓고 볼 때 먹거리 공포를 느끼기에 앞서 불같이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 아마도 그 같은 분노의 일차적인 뿌리는 저질스런 먹거리를 만들어내고, 수입하는 이른바 ‘업자들’에게 있을 것이 분명하다. 기자들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먹 거리를 수출하는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이 개입되어 있다고 한다. 한국인들은 일본과 달리 식품 위생 기준보다는 가격에 더 신경을 쏟는 것으로 나타났다. 되도록이면 싼 가격으로 먹 거리를 수입해야만 수지 타산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이 맞지 않는데 좋은 음식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나 다름없다. 그러나 가격은 둘째치고라도 먹을 수 없는 먹 거리를 만들어 내는 그들의 강심장에 놀랄 따름이다.
불량스런 먹 거리에 대한 정부의 대응 또한 비난 받아야 할 구석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 동안 먹 거리 파동이 났을 때마다 정부는 태엽 시계처럼 되 뇌인 말이 있다.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는 다짐이 그것이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정부의 약속은 약효 떨어진 약처럼 매번 되풀이됐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제대로 된 처방전을 내놓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다가 헛 다리를 짚거나 국민들의 불신만 더 키우는 대책으로 일관하다시피 했다. 오히려 어떤 경우에는 조준을 잘못하는 바람에 뜻하지 않은 통상마찰을 빚어 죄 없는 마늘 농가만 애꿎게 피해를 입은 적도 있다. 말라카이트 그린이나 기생충 알 파동도 그렇다. 신중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허둥대는 바람에 뜻하지 않는 역풍을 맞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국민들은 철이 없어’그렇다 해도 정부가 중심을 잡아야 나라가 산다는 것이 동서고금의 진리다. 정부가 정책 방향을 바르게 잡지 못해 혼선을 빚는 것은 썩 좋은 모양새가 아니다. 사실관계를 밝힐 때도 앞뒤를 신중하게 재고, 이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파장을 따져 보는 것도 앞으로 명심할 일이다. 무턱대고 발표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다. 국민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정부의 몫이고,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요즘처럼 먹 거리 때문에 국민들이 심란해 하고 있을 때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그저 ‘잘 먹고 잘 살게’ 해주는 것이 최선이다. 배불리 먹여 달라는 게 아니다.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먹 거리가 아침상과 저녁상에 오르고, 제대로 된 밥을 먹게 해달라는 주문이다.‘민(民)은 이식위천(以食爲天)’이다. 사람에게 있어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
최재선<한국해양수산개발원 국제물류팀장> 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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