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묵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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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환 교수
  • 승인 2006.11.14 00:20
  • 호수 1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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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묵처방

김 성 환 교수
<첨단과학대학·미생물학전공>

글로벌시대 주역은
상아탑에서의 철저한 준비로부터

지금의 대학에 대해 느끼는 정서는 80년대에 느꼈던 정서와 많이 다르게 느껴진다. 우선 크게 달라진 점은 대학의 증가로 문호가 넓어져서 대학에 들어가는 비율이 과거보다 높아졌고 그리고 외국에 여행 또는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사례가 많아 외국에 대한 경험과 식견을 가진 대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현재 우리시대의 국제적 상황과 비교해서 간단히 정리해 보면 우리가 글로벌시대를 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의 대학생들이 가져야할 성숙된 정신자세는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우선 세계를 폭넓게 보고 판단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중국 전국(戰國)시대 말기 한(韓)나라의 공자(公子)로 법치주의(法治主義)를 주창한 한비(韓非)와 그 일파의 논저인 한비자에 나오는 한 글을 보면 “하늘을 새장으로 삼고 바다를 그물로 삼으면 세상의 새와 물고기가 다 나의 것이 아닌가?” 라는 내용이 있다. 정말로 배짱이 크고 여유 만만한 자세라 하겠다. 이는 대학생들에게 본인이 자주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인하여 몸에 배어버린 배움에 대한 자세와 습관이 자연과 사물을 폭넓게 바라보는 시각을 키우는데 장애가 되었기 때문에 큰 눈과 열린 마음을 가지라고 권면하고자 한비자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된다.
글로벌 시대에 요구되는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손자병법을 통해서 알듯이 국제사회 속에서 우리 대학생들이 본인의 위치를 잘 파악하고 해외 선진국과 개발도상국들의 젊은 대학생들이 어떻게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지 잘 알아야 할 것이다. 본인이 외국의 대학에서 수년간 학생들을 지도하고 가르친 후 한국에 와서 느낀 점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대에 요구되는 인물이 되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사항을 우리 단국대학교 학생들에게 당부하고자 한다.

첫째는 커뮤니티(공동체)에 대한 자신의 식견과 역할을 중심으로 성숙된 지성을 쌓는 일이다. 우리의 교육이 커뮤니티 교육에 기반을 두지 못한 것이 선진국의 교육과 크게 다른 점이다. 개인의 성공이 곧 커뮤니티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마음 자세와 목표가 있어야 할 것이다. 작게는 가정, 학과 또는 동아리 등 작은 공동체에서, 크게는 기업과 국가라는 공동체에서 자신의 소속감과 더불어 참여, 봉사, 리더 등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성실히 최선을 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학생들이 글로벌 시대의 주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공동체에 적응 할 수 있는 커뮤니티에 대한 소양과 지식을 갖춘 인재로 반드시 탈바꿈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는 대학생활을 철저히 준비의 기간으로 생각하고 훈련하는 일이다. 대학교의 졸업식 또는 학위 수여식을 영어로 commencement 라고 한다. 이는 시작, 즉 beginning을 의미한다. 즉 대학졸업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이다. 무엇을 새로 시작한다는 것일까? 바로 사회생활 즉 새로운 커뮤니티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것은 기업체일 수도 있고 연구소일 수도 있고 또 그 밖의 무수히 다른 생전에 접하지 않았던 커뮤니티일 것이다. 따라서 대학생활 동안 내가 졸업 후 어느 커뮤니티로 나가서 나의 미래를 개척할 지에 대한 여부는 바로 대학생 때 얼마만큼 철저한 준비와 훈련을 받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예전에는 4년 안에 학업을 마치지 못하면 좀 뒤떨어진 학생으로 생각하는 성향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반대이다. 내가 경쟁하러 나서는 커뮤니티에 내가 경쟁력 없이 들어갔다가는 얼마 못 가서 퇴출되기 쉽기 때문에 오히려 1년이나 2년 늦게 커뮤니티에 진출하더라도 소위 롱런할 수 있도록 훈련을 하고나서 대학을 졸업하려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사실 해외 어학 연수가가 바로 그 가까운 예가 아니겠는가. 서구의 유수한 대학교에서 시행하는 인턴제도도 바로 그러한 예이다. 대학은 우리사회의 최고의 훈련의 장이니 그 훈련장에 있을 때 최대의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끝으로 정신력과 체력을 키우라는 말로 권면하고 싶다. 일주일동안 날밤을 새고 공부한 후에도 운동장에 나가서 축구를 하거나 새로운 책을 읽을 수 있는 체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길 바란다. 북미의 대학생들은 그러하다는 것이다. 장시간 어떤 주제에 대해 논의를 할 때도 머리가 지끈하지 않게, 중요한 문제가 생겼을 때도 집중하여 그것을 풀려고 하는 뚝심을 보일 수 있는 것은 체력과 정신력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 글로벌 시대의 주역은 바로 이러한 체력을 가진 젊은이들과 경쟁이라는 점을 명심하면서 대학생활 중에도 자신의 체력과 정신력을 키우는데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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