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묵처방
백묵처방
  • 마상영 교수
  • 승인 2007.05.29 00:20
  • 호수 12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묵처방

마 상 영 교수
<인문과학대학·스페인어전공>

자투리 시간의 효과적 활용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중간시험이 끝나고, 졸업앨범사진 촬영이다 축제다 하여 캠퍼스가 들뜬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렇듯 대학생활은 처음 길어 보이는 4년이 학기별로 숨 가쁘게 지나가고 곧 졸업할 때가 다가온다. 훗날 대학생활이 좋은 추억으로 남기 위해서는 낭만만 남아서는 안 되며 졸업 후 자신의 최대 장점이자 생활 기반이 될 수 있는 타인에 비해 특화된 실력을 배양해야 한다. 이러한 사실은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으며 지겹게 들어오고 있는 얘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잘 알고 있는 내용을 실천하기란 그렇게 쉽지 않다.
이제 점점 더 더워지기 시작한다. 오전 수업 중에는 수업 집중도를 유지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으나, 점심식사 후 오후 수업시간에는 전체적인 수업 분위기를 효율적으로 이끄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은 다년간 경험을 해본 교육자라면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기도 하다. 뜨거운 오후 수업 시간 학생들은 주자(朱子)의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을 뇌리에 새기며 강의내용에 집중하려 하나 어느 덧 강의 목소리가 자장가로 변하고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자신의 박약한 의지 탓인가 아니면 극복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인가?
필자의 소견은 이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현명하게 극복하면 훨씬 높은 학습 효율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10분간 휴식 시간이나 빈 수업시간을 100% 활용하여 소파에 기대어 앉거나 책상에 엎드려 10∼20분간 짧은 낮잠을 자거나 아니면 눈을 감고 뇌 휴식을 취하라는 것이다(주의:여러 가지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45분 또는 1시간 이상은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한다). 이렇게 하면 다음 수업 시간에는 정신이 맑아지고 졸음이 사라져 수업집중도를 만족스러운 상태로 항상 유지할 수 있다. 세계적인 유명 인사들이 또한 이러한 생활방식을 활용하였다.

아인슈타인, 처칠, 레오나르도 다빈치, 까밀로 호세 셀라(스페인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등 그 수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이런 사실을 스페인의 “시에스따(siesta, 낮잠)”문화와 결부시켜 얘기하고자 한다. 시에스따(siesta)라는 단어의 어원은 로마인들이 명명한 “제6의 시간(hora sexta)”에서 유래하였으며, 14:00-16:00시 사이를 의미한다. 전통적으로 낮잠은 이 시간대에 이루어지며, sexta(제6의)라는 단어에서 siesta(낮잠)라는 단어가 파생하였다. 역사적으로 오랜 인간의 생활 경험에서 시에스따의 장점을 파악할 수 있으며, 나아가 현대 의학에서도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1985년 미국 코넬대학교 의대 교수인 스콧 캠벨(Scott Campbell)팀은 처음으로 낮잠이 생체 리듬 시계와 많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였다. 1999년 9월 ‘뉴론(Neuron)’지는 낮잠 시간이 유전자에 입력되어 있다는 저스틴 블로(Justin Blau, 여)박사의 논문을 실었다. 또한 사에스(Saez)박사에 따르면, 낮잠은 몇몇 경우만 제외하고는 자연적인 것으로 모두에게 필요하고 권할 만한 것이다. 또 식사 후에 잠시 조는 것은 인체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여러 가지 자료들은 시에스따가 학습효율 뿐 아니라, 창의적인 업무수행, 노동생산성의 향상, 각종 사고예방, 건강 유지 및 증진 등 많은 장점을 지닌 웰빙 생활양식임을 입증해 주고 있다. 최근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는 제임스 마스(James Maas)가 명명한 파워 냅(POWER NAP: 힘을 위한 낮잠)을 산업현장에 도입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2007년 들어 프랑스정부는 시에스따를 정부 차원에서 권장하고 나섰으며, 사비에르 베르트랑(Xavier Bertrand) 보건부 장관을 통해 ‘잠 잘 자기’ 캠페인을 벌이는 데 올해 700만유로(약 84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학습효율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기분 좋은 짧은 시에스따(siesta)를 활용함으로써 학습 효율을 극대화시키고, 건강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쾌한 기분으로 새로이 집중하여 학습효율을 증대시키는 자연스러운 생체리듬에 의거한 10~20분간의 시에스따를 활용하는 지혜를 가져보는 것도 또한 좋은 대학생활 방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