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묵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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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한 교수
  • 승인 2007.06.05 00:20
  • 호수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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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묵처방

한 정 한 교수
<문과대학·국어국문학전공>

‘미녀들의 수다’와 한국어 교육

KBS 2TV의 ‘미녀들의 수다’가 인기다. 수천년 동안 단일 민족의 틀을 유지하며 살아 온 우리들의 모습을 피부색은 다르지만 사고방식은 너무나 우리와 닮아 있는 외국인들의 입으로, 그것도 그들이 자발적으로 배운 한국어를 통해 편하게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여기에는 몇몇 특출한 입담꾼들과 연예인 뺨치게 한몫 하는 미인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걸로 현재의 인기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2007년 5월, 확실히 우리 주변엔 외국인이 넘쳐난다. 그들은 이전처럼 더이상 선교사나 외교관, 군인, 언론인들만이 아니다. 단기 체류 기업 연수생, 관광, 국제결혼은 물론, 경제적, 문화적, 학문적 교류, 취업 또는 취업 연수, 순전히 국내 진학만을 목적으로 입국하는 사람들도 많다. 2006년 법무부가 파악하고 있는 국내 거주 외국인의 숫자는 1백만 명(2%)이 넘는다. 여기에 우리말이 어눌한 새터민, 교포들이 추가 된다.
문제는 이들이 거의 모두 한국어를 배우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우리가 시간 나면 영어를 배우는 그런 자세가 아니라, 1년 혹은 그 이상 생업을 접고 오직 한국어만을 집중적으로 배우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런 집중 코스의 비용은 보통 10주에 1백만 원, 1급에서 6급(8급까지인 대학들도 있다)까지 마친다면 6백만 원의 비용이 든다. 따라서 이들을 가르칠 강사나 교수 요원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최근 들어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은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다. 한국어교육은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국외에서도 엄청난 양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특히 한류 열풍을 타고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은 물론이고, 태국이나 베트남 등의 동남아시아에서도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해 문화관광부에 제출된 한 보고서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50여 개국 3백여개 대학에서 한국어 강좌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적지 않은 국내 대학, 대학원에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있는데 학생 수가 어림잡아 5천 명을 넘는다고 한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사의 수요가 많아져 전국적으로 10여개가 넘는 대학에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을 위한 단기 교사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나아가 학부 과정과 석사 과정에도 한국어교육과 관련된 학과를 신설하는 추세이다. 우리 대학도 국제 어학원 한국어학교에서 한국어 양성 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그런데 작년 말 국회에서 국어기본법이 통과되면서 정부 차원의 표준화된 한국어 교사 자격 기준이 생겼는데, 그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는 현행 교육 커리큘럼이나 교사 자격 기준이 한층 강화될 필요가 있다. 한국어 교육에 관한 국가 차원의 관심과 지원도 체계화되고 확대되어 국립국어원과 한국어 세계화재단, 재외동포재단, 국제교육진흥원, 한국국제협력단 등에서도 한국어의 세계화 작업에 힘쓰고 있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국어학이나 언어 교육에 관한 지식 외에도 대조언어학적인 식견이 있어야 하고, 이와 더불어 세계 문화의 틀 속에서 한국문화를 통찰하는 눈이 있어야 한다.
혹자는 한국어교육이 이미 거품 단계라는 말도 한다. 이미 40여 개가 넘는 대학들이 직간접으로 한국어 교육 기관을 가지고 있고, 독립적인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 학과’를 가진 대학도 5, 6개가 있으며, 부분적으로나마 학부나 대학원의 한국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학은 훨씬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대학들이 연구역량이나 투자의지에서 모두 우리와 같은 발전 조건을 갖춘 것은 아니다. 2017년 국내 TOP5에 들어가는 대학의 대외 브랜드를 높이는 프로젝트로 한국어교육은 해볼만 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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