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왜 국가들은 싸우는가?
① 왜 국가들은 싸우는가?
  • 조한승
  • 승인 2008.03.11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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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후배나 제자들을 만나 신혼여행을 어디로 가고 싶은지 묻거나, 혹은 은퇴하시는 분들에게 어디서 여생을 보내고 싶으냐고 물어보면 많은 이들이 남태평양의 섬나라로 가고 싶다고 말한다. 왜 그곳을 선택하느냐고 물으면 그들 대부분은 그곳이 연중 따뜻하고 무엇보다 평화롭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남태평양의 파푸아 뉴기니나 솔로몬 제도와 같은 곳은 농사를 지을 필요도 없을 만큼 먹을 것도 풍부하고 기후도 항상 여름인 소위 지상낙원이다.

하지만 이런 곳이 과연 평화로울까? 이 질문에 대한 답부터 먼저 말하자면 그 답은 ‘아니오’이다. 오래 전부터 파푸아 뉴기니와 솔로몬 제도는 분쟁을 벌여왔다. 파푸아의 무장 세력들이 모터보트를 타고 한밤에 솔로몬 제도 해안가로 들어와 솔로몬 제도 사람들이 쳐놓은 그물을 끊어버리고 해안가 시설들을 파괴하고 가면, 솔로몬 제도 사람들이 똑같은 일을 파푸아 뉴기니 해안에서 벌이는 일이 한 달에 서너 번씩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인명피해 없이 끝나지만, 때로는 해상전이 발생하기도 한다. 물론 해상전이라야 보트에서 기관총을 몇 발 쏘고 운 나빠서 죽는 정도이지만, 1990년대에는 수류탄으로 해안가 주택을 파괴하여 일가족이 몰살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왜 이런 지상낙원 같은 곳에서조차 사람들은 싸우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이익 때문이다. 파푸아 사람들이 보기에 솔로몬 제도 사람들이 쳐놓은 그물 때문에 자신들 바다에서의 어획량이 줄어든다고 생각하고, 솔로몬 제도 사람들은 정반대로 생각한다. 결국 상대편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분쟁이 발생한다.

사소한 이익일지라도 거기에 감정이 개입되고, 정치적 목적으로 지도자들이 강경대응을 선호하면 작은 분쟁도 대규모 분쟁, 더 나아가 전쟁으로 확대된다. 또한 여기에 강대국이 개입하게 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예로 든 파푸아 뉴기니와 솔로몬 제도 사이의 갈등에도 주변 강대국들이 개입하고 있다.

▲ 솔로몬제도에 상륙하고 있는 호주군의 모습
왜 강대국들은 그런 태평양의 섬나라 분쟁에 개입하는 것일까? 아무리 강대국이지만 단순히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 쓸데없이 다른 나라의 분쟁에 개입하지는 않는다. 강대국의 분쟁개입에는 나름대로의 국익에 대한 계산이 있기 때문이다. 파푸아와 솔로몬 제도 분쟁에 개입하고 있는 대표적인 강대국은 호주다. 그 이유는 이 지역에 매장된 천연자원 때문이다. 현재 국제적인 광산업자들이 이 지역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호주의 사업가들도 솔로몬 제도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호주는 솔로몬 제도가 상대적으로 큰 나라인 파푸아 뉴기니의 입김에 의해 광산업 정책이 바뀌는 것을 경계하고 있고, 따라서 이를 견제하기 위해 솔로몬 제도에 자금을 지원하고, 그 자금은 파푸아 뉴기니와 무력분쟁을 벌이고 있는 무장 세력에게도 들어가 보트와 무기를 구입하는 데 사용된다.

결국 파푸아 뉴기니와 솔로몬 제도 어민간 이익갈등은 양국 정부간 대립으로 확대되고, 이는 다시 주변 강대국들의 개입을 초래하여 남태평양의 섬나라들조차 분쟁과 갈등에 휩싸이게 만드는 것이다. 무력분쟁과 전쟁은 미국 같은 강대국만의 전유물이 아닌 것이다. 국가가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한 다른 국가와의 갈등은 필연적이다. 다만 갈등을 비폭력적으로 해결하느냐 그렇지 않고 전쟁과 같은 물리력으로 해결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조한승(사회과학대학·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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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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