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신용이 돈이다
② 신용이 돈이다
  • 이보우
  • 승인 2008.03.18 05: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은행이나 다른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고 이를 제때에 갚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지난 해 말에 309만 명에 이르렀다. 18세 이상 경제활동인구의 12.6%에 달한다. 경제생활을 하는 10명 가운데 한 사람 이상이 빚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빚을 갚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일컬어 ‘채무불이행자’라 하는데 이전의 ‘신용불량자’와 같은 뜻으로, 신용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란 뜻이다.

‘신용’은 먼저 돈을 가져다 쓰고 나중에 갚는 약속이다. 빌린 돈으로 장사를 하거나 공장을 지어서 물품을 생산하고 부를 일으켜 이를 다시 갚는 방식으로 돈은 물이 흐르듯 순환되어 살림을 윤택하게 하고 규모를 늘리는 기능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생활 가운데에서 신용을 그다지 생각하지 못하거나 그냥 지나치는 때가 종종 있게 된다. 친구에게서 빌린 돈이나 책을 날짜에 맞추어 되돌려 주지 못하거나 신용카드 결제일을 깜박하여 연체를 만드는 등 본의 아니게 약속을 어기는 일 등이다.

이러한 개인 간에 한 언약이야 당사자 간의 일로 어쩔 수 없이 논외로 한다 하더라도 금융회사와의 돈 거래에서의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통신 사용요금을 제때에 내지 않을 경우는 다르다. 여기에서 생기는 연체사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차곡차곡 정보로 쌓이게 되고, 신용정보회사는 그 사람의 신용에 점수를 매기는 자료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점수화된 개인의 신용도는 이후 돈을 융통할 때는 물론이거니와 신용카드 한 장을 만드는 등 경제생활 하나하나에 영향을 미친다. 거의 모든 금융회사들은 거래를 시작할 때 신용점수가 낮은 사람과의 거래를 피하려 한다. 어쩌다 거래를 트더라도 이자를 높이고 대출이나 이용한도를 가능한대로 줄이려 한다.


더욱 치명적인 건 취업에 불이익이다. 면접이라는 구실이겠지만, 배경에는 신용점수가 유령처럼 붙어 다니며 해코지한 결과인지 모른다. 말하자면, 신용에 따라 대접이 달라지는 세상이다. 신용이 바로 돈이 되는 경제시스템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의미다. 이것이 바로 신용은 관리되어야 하고, 이를 쌓아가는 노력이 필요한 까닭이다. 신용에 대한 의식은 개성이나 환경적 요인 등에 의하여 형성 되지만, 습관적인 요소도 크게 작용한다.

이 습관을 만드는 데는 보통 5가지 원칙을 든다. 첫째, 자신의 수입과 지출한도를 파악하도록 한다. 둘째, 수입의 범위 안에서 소비한다. 셋째, 계획을 세워서 지출한다. 넷째, 카드대금이나 통신비 등은 기일이나 납기일 안에 반드시 지급한다. 다섯째, 통장이나 카드를 잘 관리하여 불의의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한다.

다시 말하지만 언행이나 약속을 틀림없이 지킬 때만이 신용은 생성된다. 주변에서 빌린 돈, 이용요금, 세금이나 공과금에 이르기까지 기초적인 경제생활에서 한 사회적 약속을 지키는 것이 기초이다. 그 약속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개인 간의 예삿말이나, 지하철 티켓 한 장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되돌려 주는 ‘사소한 엄격’이 있다면 인격의 부와 신용의 용적을 더욱 늘리게 될 것이다.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신용 없는 청소년의 비중이 전체 불이행자의 20%에 육박하고 있다. 신용은 살아가면서 스스로 쌓아가는 자신의 인격적 자산인 동시에 경제에 연결된 재산이다. 자신의 재산이 얼마인지 스스로 점수를 매겨 보면 어떨까.

이보우(경영대학원) 교수

이보우
이보우

 dkdd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