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간통죄 존폐 논쟁
25) 간통죄 존폐 논쟁
  • 최호진
  • 승인 2008.03.18 06: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나라는 역사상 가정을 인륜의 기초단위로서 가장 중요시하는 유교관에 따라 간통죄를 엄격히 처벌하였다. 조선시대의 형사기본법인 대명률은 간통한 자를 杖 90의 형에 처하고 특히 姦婦는 本夫가 마음대로 放賣하거나 率居할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간통현장에서 本夫가 姦婦와 姦夫를 즉시로 살해한 때에는 위법성조각사유로 처벌하지 않았다.

이러한 전통적 윤리관으로 인해서 간통에 대한 우리 국민의 법감정은 매우 부정적이어서 여론조사결과 다수가 간통죄처벌규정의 폐지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9월에 서울북부지법 도진기 판사와 대구지법 경주지원 이상호판사가 간통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한 후에 또다시 어느 연예인 부부로 촉발된 간통죄 처벌에 대한 논쟁은 무척이나 뜨겁다.

간통죄의 위헌성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제기된 것은 1990년, 93년, 2001년이었으며, 이 당시 헌법재판소는 간통죄 처벌규정은 헌법에 합치된다고 판단하였다. 특히 2001년 헌법재판소는 합헌결정을 내리면서도 개인의 내밀한 성적 문제에 대한 법개입의 논란, 간통죄 악용사례, 약한 처벌효과와 여성보호의 실효성문제 등을 고려하여 앞으로 간통죄 폐지여부에 대해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간통죄를 존치시켜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배우자 있는 자가 배우자 아닌 제3자와 성관계를 맺는 것은 선량한 성도덕이나 일부일처주의의 혼인제도에 반할뿐더러, 혼인으로 인하여 배우자에게 지고 있는 성적 성실의무를 위반하는 것이 되어 혼인의 순결을 해치게 된다. 결국 간통행위는 국가사회의 기초인 가정의 화합을 파괴하고 배우자와 가족의 유기, 혼외자녀문제, 이혼 등 사회에 여러 가지 해악을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존치에 대한 또 다른 주장근거는 ‘여성보호’이다. 즉 현행 민법이 여성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으므로 이혼 시 약자의 입장에 있는 여성들이 위자료를 받아낼 수 있는 방편의 하나로서 간통죄에서의 고소권행사 여부를 이용하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 S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엔조이’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한 ‘간통제 폐지 찬반’ 조사 결과.

그러나 위와 같은 현실의 이면에는 또 다른 모습이 있다. 간통으로 상처받은 배우자가 과도한 위자료를 받아내기 위해 또는 복수심의 만족을 위해 일종의 공갈수단으로 간통죄를 이용하는 것이 또 다른 현실이다. 더욱이 간통죄의 고소는 혼인이 해소되거나 이혼소송을 제기한 후에야 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간통죄처벌은 혼인이 파탄된 이후에야 비로소 가능하다.

결국 간통죄 처벌은 혼인을 보호하기 위한 처벌규정이 아니라, 혼인의 파탄을 당연히 수반하고 있어 그야 말로 자기당착적인 법익보호를 도모하려는 규정이다. 이에 많은 법률가들은 당초에 도덕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간통죄규정이 상업화되어 버린 현실을 개탄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형법학자 또한 간통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전한 성도덕이나 배우자간의 성적 성실의무는 원래 도덕규범에 속하는 것으로 형법이 개입할 문제는 아니다. 형법의 탈도덕화의 관점에서 간통죄는 폐지되어야 한다. 형법학에서는 행위가 부도덕하다는 이유만으로 국가형벌권이 발동될 수는 없으며, 개인의 도덕적 청결여부는 형법의 범위 밖에 놓여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간통행위는 부도덕한 행위임에 분명하다.

최호진(법정대학·법학과) 교수

최호진
최호진

 dkdd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