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전쟁이란 무엇인가?
② 전쟁이란 무엇인가?
  • 조한승
  • 승인 2008.03.18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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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이기든 지든 삶을 고달프게 만든다. 예를 들어 2차 대전에서 영국은 승전국이었지만 전쟁이 끝난 후 오랫동안 배급제를 실시할 정도로 피폐했었다. 소련도 승전국이었지만 2차 대전 최대의 인적 희생을 치룬 나라였고, 경제활동은 ⅓ 수준으로 감소했다. 폭탄에는 눈이 없다. 산업시설뿐만 아니라 많은 문화유산도 전쟁으로 파괴된다.

하지만 19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인류에게 가장 큰 재앙은 전쟁이 아니라 전염병과 기아였다. 전염병과 기아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어 갈수록 전쟁의 파괴력과 참화가 커져가는 것은 과연 우연일까? 도대체 전쟁이란 무엇인가? 유명한 <전쟁론>(On War)을 저술한 클라우제비츠(Clausewitz)에 의하면 전쟁은 우리의 의지를 구현하기 위해 적을 강요하는 폭력행동이다.

전쟁의 수단은 물리적 폭력이고 전쟁의 목적은 적에게 우리의 의지를 강요하는 것이다. 국가간 적대행위는 단순히 감정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고도의 계산에 의한 이성적 행동이다. 이런 적대의식은 나뿐만 아니라 적들도 똑같이 가지는 것이다. 따라서 전쟁은 최소한 두 개의 이질적 집단 사이의 폭력적 상호작용이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적대적 의식과 행동을 더욱 고조시켜 점점 극단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전쟁이다. 하지만 모든 적대적 행위가 다 전쟁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다. 클라우제비츠는 이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무리 잘 계획된 전략도 100%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다. 예상치 않은 기상변화나 전염병 때문에 다 이긴 전쟁에서 패배한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전쟁에는 운이 많이 작용한다. 이러한 우연이라는 변수가 전쟁의 수단과 목적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보호색이 바뀌는 카멜레온에 비유했다. 존 키건(John Keegan) 영국 왕립군사학교 교수는 클라우제비츠의 설명을 비판했다. 즉, ‘전쟁은 정치’라는 논리를 거부하는 것이다. 키건은 전쟁의 발생과 진행과정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문화라고 주장했다. 그는 왜 어떤 시대에는 전쟁이 더 많이 발생하는지에 의문을 품었다.


확실히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까지 전쟁은 과거보다 훨씬 파괴적이었고 훨씬 빈번했다. 그러다가 20세기 후반 이후부터 전쟁의 빈도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왜 시대 변화에 따라 전쟁의 빈도와 파괴력이 변하는가? 키건은 문화가 시대적으로 변화하는데, 어떤 경우에는 전쟁을 선호하는 문화가, 또 어떤 경우에는 전쟁을 회피하는 문화가 흥성한다고 보았다.

만약 평화의 문화가 확산되면 전쟁도 줄어들 수 있다. 즉, 전쟁에 영향을 주는 것을 단순히 우연으로 볼 수는 없다고 보는 것이다. 제3의 물결로 유명한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또 다른 방식으로 전쟁을 설명한다. 그는 경제학자로서 전쟁의 방식은 그 시대의 경제를 반영한다고 주장했다. 인류는 지금까지 세 번의 경제적 전환을 이루었는데, 농업혁명, 산업혁명, 지식혁명이 그것이다. 그에 따르면 전쟁도 그 시대의 경제적 환경을 반영한다. 대규모 국민군대와 소모전은 대규모 노동력과 자원을 동원하게 만든 산업혁명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식혁명은 전쟁의 양상을 그에 걸맞은 것으로 바꿀 것이라고 주장한다. 어떤 설명이 설득력 있는가를 판단하는 것은 독자 개개인의 몫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오늘날 전쟁은 전염병과 기아를 능가하는 공포의 대상이다. 다음 주부터는 개별 전쟁의 원인과 과정을 살펴볼 것이다. 그 시작은 20세기 동아시아의 운명을 가른 청일전쟁 이야기이다.

(사회과학대학·정치외교학과) 교수

조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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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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