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는 좋지만 방법의 전환 필요한 때
의도는 좋지만 방법의 전환 필요한 때
  • 김진성 기자
  • 승인 2008.03.25 20:29
  • 호수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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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신입생들 “더 좋은 방법도 많은데…”

군대도 변화해‘이등병’이 ‘이등별’되는 세상, 대학도 바뀌어야

용인대 동양무예학과 강장호 군 신입생 훈련 중 쓰러져 사경을 헤매다 격막 손상에 의한 뇌출혈로 지난 4일 사망. 이틀 뒤 경희대 체육대학 신입생 예절교육 동영상 공개, 어깨동무 한 채 머리박기, 엎드려서 뒷사람 어깨에 다리걸기 등 가혹적인 얼차려 장면 보도.

이후에도 공주교대 초등체육교육과 등의 신입생 얼차려 장면이 보도됐으며, 건국대 체육학과, 고려대 사회체육학과, 공주대 독문학과,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전북대 스포츠과학과, 영남대 체육학부, 인천전문대 무도경호과,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등도 재작년과 지난해 언론을 통해 가혹행위가 알려져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을 면치 못했다.

한겨레신문이 신입생 신고식 실태를 지속적으로 보도해 온 탓에 국민적 공감대도 널리 형성됐고 문제가 많았던 체육계와 대학들도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도 근절되지 못한 부분이 많다. 강장호 군의 사망소식은 그래서 더욱 충격적이었다.

한겨레신문 측은“폭력의 장소가 지상에서 지하로 바뀌고 방식이 더욱 은밀해졌을 뿐, 신고식이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대학사회의 집단적 가혹행위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본사는 지난 주 우리대학 내에서 펼쳐지고 있는 신고식 문화를 취재하기 위해 다양한 경로로 접근했다. 다행히도 현재 우리대학에서 드러나는 문제는 많지 않았다. 언론 보도와 일부 교수진 등의 노력으로 많은 부분 개선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드러나지 않는 문제일 뿐, 알게 모르게 행해지는 신고식 얼차려 문화가 아직 뿌리 뽑히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예체능계열의 경우 선후배 간에 엄격한 규율이 적용되고 있었고, 선배들의 후배들에 대한 일방적인 처사, 지나친 사발식 문화, 강권하는 술 문화 등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얼차려 문화에 대해 순기능을 강조하며, 적당히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는 구성원들도 많았다. 특히 예체능계열 대학의 경우 전공 특성상 요구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그동안 지켜온 전통과 관습 또한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군대도 변하고 있는 때에 대학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현실을‘다 나중엔 추억이 되는 거다’라는 태도로 모른 척 하는 것이 적합한 방법일까.변화냐 고수냐. 선택은 자명하다.

 

나이 많은 후배 있어도 욕설 내뱉고 무릎 꿇려… 엽기 사발식도 여전해

# 사례 1. 올해 모 단과대에 입학한 신입생 A 양은 2학년 선배들의 부름을 받고 동기들과 함께 빈 강의실로 향했다. 이곳에서 A 양은 선배들의 지시 아래 고개를 숙인 채 한 시간 가까이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선배들은 신입생들의 생활태도를 지적하며 중간 중간 험한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 사례 2. 지난해 모 단과대에 입학한 신입생 B 군은 선배들로부터 수차례 얼차려를 받았다. 2학년 선배들이 신입생들을 불러모아놓고 앉았다 일어나기, 토끼뜀, 엎드려뻗치기, 좌우로 구르기 등을 시켰다. 선배들은 이를 두고 애니멀 트레이닝(Animal Training), 짧게 줄여 A.T.라 부르고 있었다. ‘토할 때까지’ 얼차려를 시킨다고 했다.

▲ 드러나는 얼차려 문화 거의 없지만 뿌리 뽑히진 않아
<사례 2>의 일명 ‘애니멀 트레이닝’은 한 지도교수의 지시와 용인대 등 최근 학내 가혹행위에 대한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올해부터는 없어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수위가 낮아졌을 뿐 여전히 기합은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해당 학과 신입생의 경우 캠퍼스 근처 주점에서 술을 마셔서도 안 된다고 한다.
이를 두고 2학년 선배들은 “술을 먹고 외부에서 싸움을 벌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규칙을 정해둔 것”이라고 밝힌 반면 신입생들은 “건방지게 학교 근처에서 술을 먹느냐고 선배들이 질책한다”고 말해 입장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학기 초 한 달 동안 체계를 잡는다는 목적 아래 신입생은 정해진 복장을 하고 머리 스타일도 규정대로 지켜야 하는 학과도 있다. 신입생이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규정된 규칙을 어길 시에는 선배들이 어김없이 신입생들을 집합시킨다. 선배들은 신입생들을 두 시간 가까이 무릎을 꿇린 채로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인터뷰에 응한 신입생들은 취재기자의 질문에 조심스러워 하며 “잘못 보도되면 큰일 난다”며 난처해했다. “타 대학에 비하면 나은 편이고 선배들의 제재가 적당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대로 유지하고 싶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모 단과대학에 입학한 A 모 군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쓰레기통에 술을 따라 사발식을 했다는 것. 06학번의 B 모 양도 신입생 O.T. 때 겪은 사발식 경험을 털어놓았다. “새벽에 선배들과 술자리를 갖고 있는데, 신입생들이 잠을 자러 숙소에 들어가고 자리에 많이 남아있지 않자 군기가 빠졌다며 선배들이 사발식을 시작했어요. 큰 냉면그릇에 소주, 맥주를 섞어 붓고 음식 국물, 과자 부스러기를 넣었어요. 심지어 담뱃재를 털어 넣는 선배도 있었죠”라고 말했다.

죽전캠퍼스 학생과 측은 최근 새벽 술을 먹다가 선배들이 후배들을 무릎을 꿇게 하고 훈계를 늘어놓은 사건이 발생해 보고가 들어왔다고 전했다.

▲ 얼차려 관행, 통과의례로 여겨선 안 돼
죽전캠퍼스 학생과 측은 실태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으며, 전공별 특색에 맞게 어느 정도 이해해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윤응구 죽전캠퍼스 학생과장은 “해당 단과대학에 연락해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교내 곳곳에 CCTV가 설치돼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안캠퍼스 강신욱(생활체육) 학생지원처장은 “특히 예체능계열 교수님들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혼연일체로 애를 써서 상당 부분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완전히 없어졌다고 볼 수는 없지만 우리대학의 모범적 사례에 언론이나 다른 대학에서도 모델케이스로 삼고 있다”라고 강 처장은 덧붙였다.

강 처장은 “학부모, 언론사, 학교는 문제를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것뿐”이라고 말하며 “학생들과 그들을 가까이에서 가르치는 교수들이 관심을 갖고 이러한 문화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만 충분하다면 생각보다 빠른 시간 내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당사자들의 의식전환을 강조했다.

얼차려 관행을 통과의례로 여기고, 그러한 제의를 통해 소속감을 높이려 하는 방법은 시대에 뒤떨어졌다. 설사 그것이 일정 부분에서 효율적이라 하더라도 존중을 통해 지도돼야 한다. 대안있는 변화를 모색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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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nsung607@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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