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기업가 정신
③ 기업가 정신
  • 임석필 교수
  • 승인 2008.03.24 23:27
  • 호수 12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故 정주영 회장의 도전정신과 기업가정신

2007년도 말을 기준으로 한국 30대 기업의 유보율이 1,00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 30대 기업이 자본금의 10배를 넘는 여유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여유 있는 여유 현금을 보유할 수 있는 것은 그동안 기업들이 꾸준한 노력과 양호한 영업실적을 바탕으로 많은 이익을 창출했기 때문이다.

충분한 여유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니 앞으로 당분간은 경제가 어려워도 대기업들이 도산할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불과 10여 년 전 IMF 외환위기 때에는 많은 대기업들조차 도산의 위기에 처했던 것을 생각하면 대견하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처한 현실은 망하지 않을 기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하고 노동시장에 진출하는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망하지 않을 기업이 아니라 끊임없이 성장하는 기업이 필요한 것이다. 기업의 성장은 투자를 통해서 가능한데 1,000%가 넘은 유보율은 그동안 기업이 투자를 게을리 했다는 증거이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지 않은 데는 각종 규제와 불투명한 경제 상황 등 그 나름대로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장 큰 이유는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업가 정신의 핵심은 “잘 계산된 모험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계산을 잘 하더라도 모험은 모험이고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도박판에서 자본금을 많이 가진 사람이 끝까지 남아 돈을 딸 가능성이 높은 것과 마찬가지로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투자실패를 경험하더라도 이를 극복하고 최종적으로 투자에 성공해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과거에는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모험을 하지 않으려는 기업이나, 젊은이들이 안정적인 공무원이나 교사로 몰리는 것을 보면 기업이나 개인이나 그 행태는 유사한 것 같다. 기업가 정신이 기업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모험을 회피하고 안정만을 택한다면 한국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한국 경제가 역동성을 되살리고 성장엔진을 재점화하기 위해서는 사회 모든 분야에서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 것이다.

최근 현대그룹의 창업자인 고 정주영 회장이 조선소(현 현대중공업)를 창업하던 과정을 신입사원들 앞에서 소개하는 오래된 흑백 필름이 TV 광고로 방송되고 있다. 그 내용은 “우리한테 배를 사주겠다는 확약서를 써주면 내가 은행으로부터 확약서를 근거로 대출을 받아 조선소를 건설하고 배를 건조하여 당신에게 인도할 테니 배를 사겠다는 확약서를 써주시오”라고 선주를 설득하는 내용이다.

선주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거북선이 새겨져 있는 500원짜리 동전을 보여주었다는 전설 아닌 전설이 있다. 짧은 이 TV 광고는 한국의 경제 성장을 가능케 했고, 바로 지금 우리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기업가 정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임석필 교수
임석필 교수

 dkdd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