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페서-교수의 정계진출
폴리페서-교수의 정계진출
  • 김은희 기자
  • 승인 2008.03.25 09:26
  • 호수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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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지각한 폴리페서들로 오염되는 교육 현장

4월 9일 제18대 총선을 앞두고 교수들의 약진이 예사롭지않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인수위원회에 이어 내각에까지 교수들이 대거 발탁되면서 ‘폴리페서(Polifessor)’에 대한 논란은 예고돼 있었다. ‘폴리페서’란 정치를 뜻하는 ‘Politics’와 교수를 뜻하는 ‘Professor’의 합성어로, 적극적으로 현실정치에 뛰어들어 자신의 학문적 성취를 정책으로 연결하거나 그런 활동을 통해 정관계의 고위직을 얻으려는 교수를 일컫는 한국적 용어이다.

지난 총선에 여야 합쳐 교수 등 교육자 입후보 및 당선자 추이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교육자의 총선 참가가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14대 총선에는 교육자 44명이 입후보했고 이 가운데 4명이 당선됐다. 제15대 총선에는 58명이 입후보, 8명이 당선됐고, 제16대 총선에는 55명이 입후보, 7명이 당선, 지난 제17대 총선에는 교육자 103명(교수 54명)이 입후보, 34명이 당선됐다.

지난 제17대 총선에서 당선된 교육자 34명 가운데 26명이 교수였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 총선에 출마한 교육자의 대부분은 교수이다. 올해 한나라당의 공개공천신청자는 1160명이며 이 중 교수는 약 10%(113명) 정도이다. 정치인을 제외, 기업인(216명), 법조인(118명)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또 지난 18일 220여 명의 수도권 지역 1차 공천심사 통과자 중 10%(20여 명)가 교수출신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수치들은 우리나라에서 폴리페서가 점점 늘어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한 정당의 공천심사 회의 모습
폴리페서는 기본적으로 전문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보다 효율적인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의 폴리페서들이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행정부보다는 권력 지향적인 입법부를 지향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교육공무원법 제44조(휴직)에는 ‘정당법 제6의 규정에 의하여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있는 교원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때에는 국회법 제29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임기 중 그 교원의 직은 휴직된다’(3항), ‘대학에 재직 중인 교육공무원이 교육공무원 외의 공무원으로 임용되는 사유로 휴직을 원하는 경우에는 임용권자는 휴직을 명할 수 있다.

이 경우 휴직기간은 그 공무원의 재임 기간으로 한다’(4항)는 규정이 있다. 이 법률에 따르면 총선에 출마하고 싶은 교수는 휴직계를 내지 않은 상태에서도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선거에 출마한 교수는 선거운동을 강의와 자유롭게 병행할 수 있고 국회의원에 당선되지 못하더라도 교수로서 맡은 강의를 계속할 수 있기에 실직자가 될 걱정이 없다.

또 선거기간에 교수들이 교육자로서 의무를 게을리 하더라도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법적조치를 취할 수조차 없다.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이다. 따라서 휴직을 한 후에 정치에 출마, 선거운동을 하는 정직한 폴리페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전문성을 살리며 나라살림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능력있는 폴리페서들도 도매금으로 넘어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피해는 선거운동에 출마한 교수의 수업을 듣는 대학생들이다. 일부 정치에 입문한 교수들은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학생들에 주입시키거나 요구한다. 혹은 선거운동에 학생들을 차출하기도 한다. 당선되어 휴직처리 되면 시간강사가 강의를 맡기 때문에 학생들의 수업권에까지 피해가 간다. 외국의 경우 교수가 정치인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미국 교수사회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 캠프와 사적 인연을 맺는 모습은 우리처럼 흔치 않다.

프랑스에서는 교수가 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교수들이 정치라는 ‘한 눈 팔기’를 시도해 볼 수 조차 없다. 폴리페서가 물론 외국에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더 좋은 대우를 받고자 정치계로 나가는 바람직하지 못한 폴리페서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 외국 대학사회의 현실이다. 우리나라 교육현장은 일부 몰지각한 폴리페서들로 정치에 오염되고 있다. 대학 안에서도 얼마든지 전문성을 발휘해 역량을 펼칠 수 있고 존경 받을 수 있는 교수들이 ‘한 자리’하고자, ‘한 대접’받고자 정치계에 뛰어드는 것은 분명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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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morikam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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