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어떤 사람들은 이 영화를 잔인하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이 영화에 관객의 눈을 자극하는 잔인한 장면이 담겨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이 영화가 잔인하게 느껴지는 건 지극히 ‘현실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어느 날 장애로 다리가 불편한 조제(이케아키 지즈루)를 만나게 되는 대학생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 애틋한 감정을 쌓아가던 그들은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서로를 잊으려 하지만, 결국 사랑을 시작한다.
그러나 조제는 알고 있었다. 그들의 사랑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조제는 말한다.
“그곳은 빛도 소리도 없고 바람도 안 불고 비도 안 와. 정적만이 있을 뿐이지. 별로 외롭지도 않아. 처음부터 아무 것도 없었으니까. 그냥 천천히, 천천히 시간이 흐를 뿐이지. 난 두 번 다시 거기로 돌아가진 못할 거야. 언젠가 네가 사라지고 나면 난 길 잃은 조개껍질처럼 혼자 깊은 해저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겠지. 그것도 그런대로 나쁘진 않아.”
조제의 예측대로 위대할 것 같던 그들의 사랑도 현실적인 제약 앞에 참 시큰둥하게 끝나 버린다. 츠네오는 말한다. 조제와 헤어진 건 자신이 도망친 것이라고. 츠네오는 잠시 조제의 공간에서 현실을 도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휠체어는 필요 없고 네가 업어주면 된다’고 말하던 조제는 이별 후 아무렇지 않게 전동휠체어를 타고 담담하게 생활한다.
우리들의 삶에서 영원할 것 같던 사랑도 이뤄질 것 같던 희망도 결국 현실이 되어버릴 때 우리들의 청춘은 울부짖는다. 조제에게서 도망친 츠네오가 이별 후 울부짖은 건 비겁한 스스로가 싫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울부짖어 봐도 현실은 현실이다. 츠네오처럼 울지 않는 조제는 이 또한 이미 다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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