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의 옛사랑
이영훈의 옛사랑
  • 공문성
  • 승인 2008.07.22 22:35
  • 호수 12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따로 같이보기

음악이 갖는 공간의 힘 보여줘

지난 2월 14일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작곡가 고(故) 이영훈 씨의 작업실은 광화문 근처에 있었다고 한다. 세상이 모두 잠든 새벽, 밤샘 작업을 하다 광하문을 산책하며 노랫말을 썼다는 이영훈 씨의 음악에서는, 그러한 이유때문인지는 몰라도 종종 광화문 주변을 배경으로 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그의 음악 『옛사랑』이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에서도 노랫말 속의 주인공은 우리와 친숙한 어떤 공간 속에 실재한다. 때문에 우리는 음악을 듣는 동안 주인공의 동선을 따라다니게 된다. 가로수 그늘 아래 서서 바라보는 하늘의 구름에 헤어진 사람의 모습이 투영되기도 하고, 남들도 모르게 서성이다 울며 옛사랑의 이름을 아껴 불러보기도 한다. 이영훈의 음악이 갖는 공간의 힘이다.

『 광화문 연가』를 들으며 보다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진다. 덕수궁 돌담길, 눈내린 광화문 네거리 등이 떠오르고, 꼭 함께 걸어본 적은 없더라도 헤어진 연인과 그 공간을 걷는 장면을 상상하게 된다. 이렇듯 그의 음악에 활용되는 '공간'은 듣는 이의 감정을 노래 속으로 끌어들여 감정이입 하게 하는 장치가 된다.

잘 꾸며진 무대 셋트(공간)와 훌륭한 시나리오(가사), 그리고 이야기를 구성하는 힘(곡)의 조화가 좋은 연극을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무대 없는 연극이 판을 치는 요즘, 이영훈 씨의 유작 '옛사랑'앨범이 있어 그나마 위안을 얻고 있다.

박준범 기자
psari@dankook.ac.kr

 

 

 

지워지지 않는 기억, 사랑보다 아프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앨범명이 ‘옛사랑’인 데는 헤어진 사람을 추억하는, 마음 시린 노래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앨범을 듣는 내내 많은 생각을 생각이 떠오른다. 다 잊은 줄 알았던 기억이 편린들이 다시금 되살아나 나를 괴롭힌다. 가만히 가사를 따라 부르고 있으면 마음이 따끔하다.

나는 작곡가 이영훈에 대해서 아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흥얼거리기 시작한 노래들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는 것. 그는 항상 겸손했다는 것. 또 이영훈의 노래는 이영훈 만큼이나 '이영훈의 노래를 잘 아는 이문세'가 있었다는 것. 발라드의 창조자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이영훈. 당시에는 포크계열 음악에 많은 이들이 심취해 있었다. 이영훈의 등장으로 당시 가요계는 신선한 충격에 휩싸였다. 지금은 발라드라는 장르가 가장 많이 사랑받고 있는 장르 중 하나 지만, 당시의 발라드는 생소한 사운드였다.

이영훈이 만든 노래들을 듣고 있으면 그 기억 속에서 서성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무수히 퍼져있어 이제는 잊혀 가는 드문 기억 속에 있는 내가 보인다. 돌아갈 수 없는 시간 속의 그 사람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
"생각나면 생각난 대로 내버려 두듯이." 이 말에는 후회도 미련도 없다.

사랑을 많이 경험해본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아픈 말들. 이 앨범에서 가장 먼저 귀에 들어오는 것은 정훈희가 부른 "기억이란 사랑보다"였다.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보고 있는 듯한 담백한 이문세의 목소리도 좋지만, 정훈희의 아련한 목소리는 나를 과거의 한 장면으로 데려간다. 처음부터 끝까지 앨범을 다 들을 수가 없어서 듣다가 끄고, 켜고를 반복했다. 듣는 내내 마음이 복잡한데 밖에는 비까지 온다. 정말 기억이 사랑보다 아픈가보다. 그때를 회상하면 좋은 기억들만 생각나는 데... jk김동욱이 “그대 생각에 웃음이 나요”라고 노래한다. ‘지금와서는 그대를 생각하니, 이제는 웃음이 나요’라고 풀어져 들린다.

벌써 십 여년 된 노래인데...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참 많이 아팠던 사람이구나' 싶다.

공문성 기자
babuboos@dankook.ac.kr

공문성
공문성 다른기사 보기

 babuboo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