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경제 위기설
9월 경제 위기설
  • 김은희 기자
  • 승인 2008.09.09 23:00
  • 호수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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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심리가 만드는 경제현상
9월 위기설은 플라시보 효과로 이어질 수 있어

‘플라시보(Placebo)’란 ‘마음에 들도록 한다’는 뜻의 라틴어로 ‘가짜 약’을 의미한다. 만성질환이나 심리상태에 영향을 받기 쉬운 질환환자에게 플라시보를 투여하면 효과를 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플라시보 효과’라 한다. 건강식품을 다이어트식품이라 속여 파는 데도 불구하고 꾸준히 팔리고 있는 이유 역시 플라시보 효과로 설명된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노시보 효과’가 있다. 이는 적절한 처방이나 약임에도 정작 환자 본인이 믿지 않고 의구심을 가져 잘 낫지 않는 경우를 뜻한다. 이처럼 사람의 심리란 굉장한 힘을 발휘한다. 이는 비단 약 효과에 한한 것만이 아니다.

9월 1일 검은 월요일이 국내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9월 위기설은 검은 월요일을 기점으로 내수침체, 환율상승, 증시하락, 유가변동, 원자재 값 상승 등 다양한 경제 주변 여건과 맞물려 다소 과장되어 대두됐다.

현재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9월 위기설 차단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시장에 불어 닥친 ‘9월 위기설’을 잠재우기 위해 기획재정부 장관에 이어 국무총리까지 “위기설은 과장됐다”며 심리잡기에 나선 것이다. 지난 3일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가진 한승수 총리는 “더타임즈 보도 때문에 (9월 위기설이) 증폭됐다”며 “환율이 올라가고 국제수지가 나빠지는 것은 경제가 조정국면이기 때문으로 이것이 경제위기를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총리 뿐 아니라 경제부처, 정부 밖의 경제연구가 중에 1997년 외환위기와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전했다. 기획재정부 강만수 장관은 “9월 위기설은 잘못된 정보의 확산 때문”이라며 “외환위기 때도 그랬지만 위기설이 자꾸 일반화되면 외국인들도 의구심을 갖게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근거 없는 ‘9월 위기설’로 경제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며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부족과 괴담수준의 루머까지 불안 심리를 증폭시키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9월 만기외국인보유채권은 67억 달러 수준으로, 외환보유고가 2천342억 달러임을 감안할 때 유동성 위기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그러나 문제는 국·내외의 언론매체마다 9월 위기설을 계속해 제기한다면 국내외 투자자들의 행보 변화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유동성 위기 가능성을 높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1997년 IMF 외환 위기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잘못된 외국 투자자들의 여론에서 시작된 ‘도미노현상’이 한몫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도미노현상이란 하나가 쓰러지면 모두 쓰러지는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도미노현상은 특히 경제부문에서 민감하고 뚜렷하게 나타난다. 경제 부문에서 도미노현상이 일어나면 중소기업이 줄줄이 도산하는 등 경제마비로 이어진다. ‘내수침체→투자감소→생산감소→가격인상’ 등 간단한 경제모형에서도 도미노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경제 연쇄작용은 오도된 여론 형성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다양한 국내외 변수에 영향을 받는 복잡한 경제현상에서 한번 오도된 여론은 적절한 처방과 약도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경제상황을 극으로 치닫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9월 위기설이 설로 끝날지, 실제 도미노현상을 일으켜 경제위기로 이끄는 예언이 될지는 지금 현재 당신의 생각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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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morikam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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