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로 본 영화] ②웰컴 투 동막골
[장르로 본 영화] ②웰컴 투 동막골
  • 박준범 기자
  • 승인 2008.09.09 17:10
  • 호수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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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가 보여주는 역설의 힘

빅토르위고의 『웃는남자』의 주인공 그윈 플레인은 태어난 직후 귀족들의 광대로 사용(?)되기 위해 강제로 안면 수술을 받는다. 입과 눈, 코를 찢는 수술을 받은 그윈 플레인을 본 사람들은 기괴한 그의 모습에 웃지 않을 수 없다. 타고난 코미디 배우인 그는, 하지만 광대 같은 자신의 얼굴이 혐오스러워 귀족들 앞에서 눈물을 흘린다. 귀족은 웃고, 그윈 플레인은 우는 역설적 상황이 연출된다. 눈물을 흘리며 연기하는 희극 배우의 이야기는 독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코미디라는 장르가 ‘메시지의 편안한 전달’이라는 특징 이외에도 이런 역설적 상황을 통한 ‘메시지의 강조’라는 장점이 있음을 보여준다.

책뿐만이 아니다. 영화 역시 전쟁이라는 비극적 상황을 코미디를 활용해 풀어내기도 한다.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2차 대전)가 그랬고, 비록 부분적 내용이긴 하지만 톰 행크스가 주연한 ‘포레스트 검프’(베트남 전)가 그랬다. 어딘가 모자란 듯 코믹한 배우들의 연기는 오히려 전쟁의 참담함을 부각시킨다. 6·25를 배경으로 한 코미디 영화는 없을까? ‘웰컴 투 동막골’을 꼽을 수 있다. 이 영화의 특징은 등장인물 모두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아이처럼 막 살라’는 뜻에서 붙여진 마을 이름(동막골)처럼, 이 곳 사람들은 전쟁이 한창인 1950년의 시대적 배경과는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고 있다. 너무 많이 알아서 이념 전쟁을 치르는 사람들과, 아무것도 몰라서 아이처럼 막 사는 사람들의 역설적인 모습을 보다 보면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낫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념이 만들어 놓은 ‘경계’를 허무는 것은 총이나 논리가 아닌 동막골에서 가장 ‘떨어지는’ 여일(강혜정)이다. ‘그 섬에 가고 싶다’의 심혜진 역시 국군과 인민군의 경계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미친 여자’로 등장한다.

이념이나 전쟁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들 ‘바보’ 캐릭터들은 대부분 어이없는 죽임을 당한다. “나 아프다”라는 대사만큼이나 무의미한 죽음을 맞는 ‘웰컴 투 동막골’의 여일과, 아무렇지도 않게 살인을 하는 ‘똑똑한 사람들’의 역설적 상황은 『웃는남자』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바보 같다며 웃고 있었는데, 사실은 웃고 있던 관객을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코미디 장르의 힘이다.

박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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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ar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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