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인생의 수업료다
실패는 인생의 수업료다
  • 박정규(교양학부) 교수
  • 승인 2008.09.23 20:19
  • 호수 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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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자살률이 OECD국가 중 1위라고 한다. 2007년에는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많은 13,000명 이상이 자살을 했다고 한다. 최근 한 유명 연예인의 자살로 우리 사회의 높은 자살율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늘고 있다. 급증하고 있는 우리 주변의 자살에 대해 단국인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최근 몇 년 사이, 이름을 대면 알만한 유명인들, 특히 연예인들의 잇단 자살 소식을 접하면서 잘못하면 머지않아 자살률마저 세계 1위의 자리에 등극(?)할지도 모른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치는 것은 필자만의 기우일까? 누구의 목숨인들 소중하지 않을까마는 유명인들의 자살 소식은 그 충격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 이들의 자살 소식은 비슷한 처지에 놓인 다수의 일반인들로 하여금, 누구도 자신의 목숨을 하찮게 버렸으니 희망도 없는 자신이 죽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식의 잘못된 생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 모 연예인이 사용한 방법을 그대로 모방하여 목숨을 끊은 사례가 벌써 두 건이나 뉴스에 오르내린 것을 보면, 이러한 우려가 기우로 끝나는 것이 아니어서 문제를 심각하게 한다. 게다가 자살의 이유에 금전 문제까지 끼어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막대한 빚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 먹고 살 수가 없어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면서 죽어야 하는 핑계를 대자면, 필자도 여기서 당장 내가 죽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적어도 만 가지는 댈 수 있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돈은 많을수록 행복하고 거기에다 명예까지 있으면 더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이야 말로 대단한 착각이다. 여러분에게 재벌 총수인 이○○처럼 살라고 하면 과연 며칠이나 살 수 있겠으며, 요즘 애들 표현대로 하자면 연기력은 별로인데 시운이 잘 맞아 소위 특급 연예인의 지위를 단숨에 거머쥔 배○○와 같이 살라고 하면 또 며칠이나 버틸 수 있겠는가? 필자로서는 단 한 시간도 그들처럼 거의 은둔 생활에 가까운 삶을 살기가 싫다. 아니, 거부한다. 그러한 삶이 과연 사람답게 사는 것인가? 좋은 집에 살면서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차를 타고 다니면 그것으로 족할 것인가? 어딜 가든지 일거수일투족조차 관심의 대상이 되면서 기분이 좀 상하여 가벼운 욕설 한 마디 하게 되면 졸지에 네티즌들의 공격을 받고 순식간에 마녀가 되고 마는 그들의 삶이 과연 사람답게 사는 것인가?

엄밀히 따지고 보면 그들도 불쌍한 사람으로서, 넓게 본다면 사실상 소외 계층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표현이 심하지 않느냐고 따질 사람도 적지 않겠지만, 필자는 감히 단언한다. 보는 관점이 다를 뿐이지, 엄밀하게 말한다면 그들도 소외 계층에 속하는 사람임에 틀림없다고…. 그러다 보니 그들 중 대다수는 원만한 인간 관계를 맺기가 어렵다. ‘사람’, 즉 ‘인간’이란 말이, ‘人間’이란 한자가 암시하는 것처럼, ‘사람들 사이’라는 뜻에서 비롯된 것이고 보면,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해 나가는 과정이 바로 삶의 과정이라는 것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자신만을 세상과 고립된 존재로 잘못 인식하여 극단의 행동을 저지르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잘 몰라서 그렇지,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대상도 고립된 것은 없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최소한의 도움 정도는 받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세상을 너무 만만하게 보는 태도도 위험하다.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이 세상을 너무 낙관적으로만 보다가 현실의 높은 벽을 실감하면서 모든 잘못을 세상 탓으로 돌리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처나 예수 정도를 제외한 어느 누구도 반드시 다른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의무를 띠고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절대 없다. 특히 금전 문제에 있어서는 더 그렇다. 내가 손을 벌릴 때를 기다렸다가 나서서 도와줄 사람은 결단코 없다.

그러므로 자기 분수에 넘치는 욕심을 부리면 언젠가는 반드시 탈이 날 수밖에 없음을 가급적 빨리 깨달아야 한다. 늦게 깨달을수록 본인만 손해다. 뿌린 대로 거두는 게 인생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최후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자라는 말을 명심하고, 한두 번의 실패는 인생을 배워나가는 수업료로 생각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조금씩 이루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최소한의 목표점에 도달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게 인생이다.

박정규(교양학부) 교수
박정규(교양학부)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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