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와 인물로 본 경제사] ③베버(Max Weber)
[테마와 인물로 본 경제사] ③베버(Max Weber)
  • 서문석(경제학) 교수
  • 승인 2008.09.23 22:29
  • 호수 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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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정신’과 ‘베버(Max Weber)’

9월 한 달 동안 금융위기의 확산을 막기 위해 미국정부가 민간 기업에게 쏟아 부었거나 준비 중인 달러를 원화로 환산하면 1,000조원이 넘는다. 한국 정부의 2008년 예산이 250조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미국에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자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이 급증했다. 가격상승을 통해 이익을 얻고자 하는 개인들이 몰려들었고 금융기관들은 갚은 능력이 부족한 개인에게까지 대출을 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끼리는 더 많은 수익을 위해 수없이 많은 ‘파생상품’을 쏟아냈다. 그 결과는 ‘도덕적 해이에 따른 몰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제학에서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다고 본다. 하지만 인간 자체가 욕망이 무한하다기 보다는 자본주의경제체제가 인간의 욕망을 무한하게 만든 측면도 있다. 왜냐하면 돈을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더욱 자유스러워지는 것이 자본주의경제체제이기 때문이다. 서구 유럽에서도 자본주의 이전까지는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는 생각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산업혁명을 통해 자본주의경제체제가 형성되기 시작하자 점차 부자들이 공장을 세워 고용을 창출하고 많은 세금을 내면서 사회의 중심적인 위치에 서게 되었다. 하지만 당시까지도 이들은 ‘천국에도 가지 못할 불쌍한 인간들’에 불과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부(富)를 축적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설명한 이가 바로 막스베버(Max Weber:1864~1920)였다. 그는 신이 미리 예정한 대로 자신에게 부여된 직업에서 금욕과 성실로써 최선을 다하여 부를 축적한다면 이것이 바로 선(善)이고 신의 뜻에 부합하는 길이라고 주장하는 ‘프로테스탄트의 윤리’에 주목하였다. 마치 주인이 맡기고 간 달란트를 열심히 늘려 주인에게 칭찬받은 소위 ‘달란트의 비유’처럼. 이제 부유함은 야유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신의 선택을 받은 증거로 바뀌었다. 이런 그의 주장이 집약된 논문이 “프로테스탄트의 윤리와 자본주의의 정신(Die Protestantische Ethik und der Geist des Kapitalismus, 1904~1905)”이다.

물론 그의 이런 주장에 대해 좌파에서는 프로테스탄트의 윤리란 경제적인 변화에 대응해서 나타난 사상적 표현에 불과하다고 비판하였다. 또한 우파에서도 자립과 절약이라는 것은 개인이 자신을 위해 선택한 것이지 종교를 통해야만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반박하기도 하였다. 우리는 부를 통해 교양과 생김새, 심지어는 어린아이의 장래나 과거의 집안 내력까지 덧칠 할 수 있는 체제에 살고 있다. 그 엄청난 부의 힘에 지배받으며 살지라도 부유함이 정당화될 수 있었던 출발점은 금욕과 성실에 있었다는 베버의 주장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마치 아담 스미스(A. Smith)의 ‘보이지 않은 손’에서 ‘신(神)의 섭리’를 빼버리고 무한한 욕망으로 가득 찬 탐욕스러운 인간만을 내세우는 세태에 속지 않으려면 말이다.

서문석(경제학) 교수
서문석(경제학)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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