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전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체전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 박준범 기자
  • 승인 2008.09.30 07:27
  • 호수 1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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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ㅊ', 'ㅈ'. 두 자음을 보면 어떤 단어가 떠오르세요? '체전'이세요, 아니면 '취직'이세요? 가을, 대학의 낭만이라 할 수 있는 '체전'이 '취직' 걱정 때문에 즐겁지만은 않은 현실입니다. 죽전캠퍼스의 단국체전, 천안캠퍼스의 안서체전을 바라보는 대학 구성원들의 시선은 어떨까요? 여론 면이 그 시선을 담습니다. <편집자 주>

◇ “… 한 인간의 탄생이란 모태로부터 분리되어 모든 것이 비결정적이고 불확실하며 개방적 상황으로의 추방(실낙원)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인간의 가장 절실한 욕구는 이러한 분리 상태를 극복해 고독이라는 감옥에서 떠나려는 욕구다.” 에릭 프롬 『사랑의 기술』 中

◇ ‘고독이라는 감옥’에서 떠나는 방법, 즉 소외감을 극복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관습, 관례 등에 순종해 사회적 집단에 의한 합일을 추구함으로써 실낙원의 상태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다. 사회에 대한 일종의 ‘긍지’를 갖고 자발적 헌신을 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지나친 경우 전체주의를 비롯한 각종 독재 체제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소외감 극복을 위한 또 다른 방법은 ‘일’을 통해 자신이 종사하는 세계와 결합하는 방법이다. 일을 통해 성취감을 얻으며 자신의 세계에 침잠해 일체감을 느끼지만, 이 역시 오래 가지 못 한다. ‘장인(匠人)’이라 불리는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현세에서 극심한 소외감을 느끼는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 체전과 같은 대학 ‘전체의 행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늘 양분된다. 행사를 준비하며 재학생의 적극적인 참여를 강조하는 목소리와 ‘개인주의’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그것이다. 극단적이지만 않다면 둘 다 타당한 의견이다. 하지만 이런 전체의 행사를 치르면 종종 ‘너와 나(또는 우리와 너)’를 가르는 일이 생긴다.

◇ 체전의 궁극적인 목적이 재학생들이 몸담고 있는 학교에 자부심과 애정을 갖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함이라면, 에릭 프롬의 『사랑의 기술』에 답이 있을 것 같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며, '자기애'를 통해 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시선으로 보면 "학교로부터 특별히 받은 것 없으니까 학교 행사보다는 내 할 일 하겠다"라고 말 할 수 없고, 반대로 "학교행사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학교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 할 수 없다. 대학이 '파편화' 돼 있다는 말이 나오고 소외감을 느끼는 것은 체전에 다함께 입을 면 티가 없어서도 아니고 학교가 불만족스러워서도 아니다. 단지 학교에 애정을 가질만한 '자기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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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ar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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