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로 본 영화] ④<하면 된다>
[장르로 본 영화] ④<하면 된다>
  • 심지환 기자
  • 승인 2008.09.30 17:50
  • 호수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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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를 통한 ‘황금만능주의’ 비판

영화제목 <하면 된다>는 열정을 가져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생각해 보았을 법 한 말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제목은 열정을 가진 사람들보다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이 등장함으로써 <타면 된다>로 바뀐다.

영화 속 주인공인 병환네 가족은 아버지 정병환, 어머니 원정림, 딸 정장미, 아들 정대철로 이뤄져 있다. 돈이 없어 단칸방에 살던 이들은 어느 날 우연히 일어난 병환의 사고로 거액의 보험금을 받는다. 그 후 그들은 수십 개의 보험을 든다. 한명씩 돌아가며 자신의 몸을 자해하고 받은 그 보험금으로 그들은 크고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이들을 찾아온 심충언은 크고 넓은 집에 걸려있는 ‘하면 된다’는 글귀를 보고 ‘라면 된다’가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

영화 속 그 글씨체는 관객이 보기에도 ‘하면 된다’ 혹은 ‘라면 된다’로 보인다. 라면은 시간이 지날수록 불어 터지기 마련이다. 돈에 눈이 먼 이들의 욕심도 이와 마찬가지로 불어 터진다. 보험금 사기죄로 고소하겠다는 심충언에게 딸 장미를 팔아넘기다시피 하고, 사람을 죽여 보험금을 타고, 급기야 대철은 가족 모두를 죽이고 40억이 넘는 보험금을 탄다.

영화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 영화는 코미디라는 장르적 특징 때문에 끔찍한 줄거리와 달리 영화를 보는 내내 재미를 준다. 그러나 영화초반 돈이 없어 힘들어하며 포장마차에서 서로에게 먹을 것을 양보하던 병환 가족의 모습이 결국엔 서로를 죽이고 보험금을 보며 웃음 짓는 대철의 모습으로 끝이 날 땐 섬뜩하다 못해 소름이 끼친다. 영화가 개봉된 2000년, IMF를 지나오며 황금만능주의가 더욱 극심해졌음이 틀림없다.

돈이 없어 힘들어하는 그 사람들에게 황금만능이 전부가 아님을 아무리 말했던들 마음에 와 닿기나 했을까. 관객들은 영화 속 돈으로 인해 변해가는 한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황금만능의 폐해를 가슴 깊이 느꼈을 것이다. 이렇듯 진심어린 충고보다도 더 큰 충고가 될 수 있는 능력이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 외에 코미디가 가진 또 다른 특징이라 하겠다.

심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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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jhspecial@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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