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영혼] ③알렉산더대왕의 동방원정과 공간의 융합
[공간의 영혼] ③알렉산더대왕의 동방원정과 공간의 융합
  • 이원상(도시계획·부동산·05 졸) 주택도시연구원
  • 승인 2008.10.07 01:28
  • 호수 1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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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청년의 생각은 공간을 역동적으로 뒤흔들었다

공간의 정치적 위계질서와 민족적 공간경계를 단번에 분쇄한 알렉산더
“장대한 원정은 각 도시인들과 부족민들에게 자신이 독립적인 세계시민이란 인식을 심어준 인류 최초의 사건이 되었다”

여기 스물 두 살의 호기어린 청년(356~323B.C.)이 있다. 호메로스(Homeros)의 오디세우스를 닮은 이 청년이 10년 동안 보여줄 활약상은 가히 경탄할만하다. 그는 공간의 정치적 위계질서와 민족적 범례의 공간경계를 단번에 돌파하며 분쇄해버린다. 이것은 12세기 씨족연합의 맹주인 징기스칸이 일으킨 파괴의 정복원정과는 아주 다른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 이 청년의 장대한 원정은 각 도시인들과 부족민들에게 자신이 하나의 커다란 정치적 헤게모니 아래 귀속된 체제에 있으면서도 독립적인 세계시민이란 인식을 심어준 인류 최초의 사건이 되었다. 이 청년의 이름은 마케도니아의 왕, 알렉산드로스이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공간상에는 N극과 N극, S극과 S극 사이에 존재하는(상대를 밀어내는) 척력(斥力)장 같은 것이 존재한다. 그 척력장의 짜임은 이를테면 지브롤터해협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지브롤터해협, 작은 바닷길이 고작 14km밖에 되지 않는 이 해협 주변부에는 공간의 척력장이 축조되어 있다. 유럽과 아프리카를 나누는 지브롤터해협 안에 힘의 자장은 그 물리적 공간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힘의 역학을 지리상에 축조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지브롤터해협은 간척사업화 되어 흙으로 덮이지 않는다. 그곳의 얽혀있는 정치적 긴장관계가 작은 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스페인에 있으면서도 영국령인 지브롤터 지역과 아프리카-모르코에 있으면서도 에스파냐령인 세우타 같은 복잡한 지리지형을 축조-존재토록 하고 있는 것이다.

▲동방원정을 하는 알렉산더의 상상도(영화장면 인용)
스물 두 살 청년의 원정단(보병 약 3만 등 5만여명) 안에는 건축가와 측량가, 과학자와 역사가 등 수많은 전문 인력을 포진되어 있었다. 당시 페르시아의 맹주인 다리우스를 향한 이 청년의 진격은 소아시아에서의 연속적인 승전을 통해 멈출 줄을 몰랐고, 지금의 터키 이스켄데룬 근처에서부터 시작한 총력전은 상황을 종료시키도록 만들었다. 지도상의 경계는 힘의 융합과 함께 그 테두리를 넓혀갔다. 지중해 해안지방 도시들과 이집트를 완전히 점령한 청년과 그의 군대는 카스피 해를 넘어 동쪽으로 끝도 없을 것 같은 대원정을 감행한다.

자신의 살해 음모와 직면했고 믿었던 친구인 베소스가 박트리아에서 동방의 사트라프들에게 반란을 부추길 때에도 이 청년은 자신의 이름을 딴 도시 알렉산드리아를 도처에 세우며 진군한다. 그는 새로운 민족과 족장들을 만났으며 그들을 제국에 귀속된 나약한 피억압자로 다루지 않았다. 청년은 페르시아 왕실의 의상을 입고 그리스의 변방처럼 여겨진 땅의 사람들과 강하게 밀착하려고 하였다.

정치적 힘을 지닌 한 청년의 생각은 공간을 역동적으로 뒤흔든다.(문화와 장구한 민족적 관습까지 출렁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서양과 동양의 핵융합과 같은 사건이었고 사람들의 사고 속에 지리적 자장의 축지법을 일으키게 한 사건이 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의 위계는 그 지리적 특성 그리고 그곳 힘들의 균형과 함께 존립한다. 알렉산드로스는 그의 약관의 20대에 동-서양을 역동적으로 응축시키고 핵융합과 같은 문화지형의 얼개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알렌산더대왕의 동방원정로
그는 33세의 나이로 죽기 삼년 전인 BC326년 인도의 인더스 강을 건너 탁실라로 진입했다. 열대우림을 뚫고 히다스페스 강 좌안에 자신의 이름을 딴 2개의 도시를 짓고 마침내 회군하게 된다. 그는 BC323년 바빌론에서 아라비아 원정을 준비하던 도중 돌연한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자신의 이름을 딴 도시 70여개를 세우게 된다. 청년의 심장으로 낳은 도시 알렉산드리아, 그것을 바라보던 20대 청년의 심장과 뇌 속에서 꿈꾼 것은 무엇이었을까.

언제나 그렇듯이 질문은 다시 우리에게로 돌아온다. 우리가 두발 딛고 서 있는 이곳에서 우리의 심장과 뇌 속에서 일어나는 바로 그것으로 인하여 공간의 힘은 무너질 수도 있으며 공간을 재편시킬 수도 있다. 20대 청년 그대의 심장과 뇌 속에 간직한 것은 무엇입니까. 이원상(도시계획·부동산·05 졸) 대한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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