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진심] ⑧ 황석영의 『바리데기』
[진실과 진심] ⑧ 황석영의 『바리데기』
  • 김은희 기자
  • 승인 2008.11.05 17:48
  • 호수 1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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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 이해, 희망의 생명수는 과연 오늘날 있을까”
생명수를 찾는 한 여인의 지고지순한 여정

역시 황석영 작가였다.
이 한마디로 이 책을 표현할 수 있고, 이 말은 곧 이 책의 전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은 독자로서 최선을 다한 찬사고 감탄이다.

황석영 작가가 『바리데기』 속에 담은 주인공 바리의 인생은 곧 몇 십 년 전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이야기고, 오늘날 우리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바리데기’라는 서사무가를 모티브로 한 이 소설은 샤머니즘, 전쟁, 테러, 폭력이라는 우리나라 민족이 가지고 있는 서글픈 역사적 사실과 더불어 현재의 우리 모습들을 다뤘다. 작가는 그 속에서 한 여인의 비참한 삶과 ‘생명수’로 대변되는 연민과 이해, 희망이라는 것을 찾는 여인의 여정을 그린다.

단순화 해놓고 보면 이 소설의 전반적인 틀은 일반 성장소설의 클리셰와 다름없어 보인다. 그러나 대륙과 대양을 뛰어넘는 커다란 스케일과 문화와 이데올로기 등 끝없이 펼쳐지는 철학적이고 관념적인 전개, 한국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와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론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에서 일반 소설들과는 차원이 다른, 비교 불가능한 황석영 작가만의 면모를 여지없이 느낄 수 있다.

바리의 삶은 절망적이고 가끔 행복하다. 우리들의 삶도 매일 행복하지는 않는다. 바리의 삶처럼 계속 절망적이지는 않지만 말이다. 책 마지막의 작가인터뷰에서 황석영 작가는 ‘바리가 생명수를 찾은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독자들 각자에게 맡긴다고 했다. 그 사람을 믿을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고, 내가 지금 행복한가 불행한가 판단하고, 죽을 것인가 살 것인가 선택해야 하는 과정을 거친 그녀의 삶은 여전히 고민하고 판단하고 선택해야하는 상황, 그 중간에 있다.

바리는 환상 속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을 때 그들의 물음에 대해 고통은 욕망 때문이고, 이승에서 ‘정의’라는 것, 승리한 자는 반쪽의 의미만 갖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며, 죽음은 신의 슬픔, 인간의 절망 때문이고, 본인이 가진 타인에 대한 미움은 엄마가 미움에서 풀려나면 풀려날 것이라 답한다. 본인 삶의 비참한 모습 속에서 슬퍼하는 것에서 끝날 뿐 아니라 타인과 세상에 대한 희망과 그들의 구원을 위해 눈물을 흘릴 사람이 몇이나 될까. 끝머리쯤 바리의 시아버지 압둘이 바리에게 말했다. “육신을 가진 자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지상에서 이미 지옥을 겪는거란다. 미움은 자기가 지은 지옥이다”라고.

김은희 기자 mamorikam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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