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와 고용 충격
경제위기와 고용 충격
  • 김태기(경제학) 교수
  • 승인 2008.11.05 00:00
  • 호수 12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 우리의 대책은

상황타개 위해 과감한 규제개혁 필요

미국 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우리나라 경제도 금융부문의 불안에 이어 수출, 투자, 소비 등 실물부문이 크게 흔들리고, 노동시장도 큰 충격에 휩싸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금융부문의 혼란과 실물부문의 침체가 얼마나 계속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다. 이럴 때 일수록 대비책을 단단히 세워야 한다.

선진국의 금융 불안과 실물 경제의 침체 조짐은 수출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10월 들어 수출은 113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6% 증가했지만, 올해 9월까지 수출증가율 22.9%와 비교하면 크게 낮아졌다. 일반적으로 4분기는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특수로 수출이 급증해야 하지만 경기침체로 특수가 실종된 상황이다.

기업들의 설비투자도 둔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전년 동기대비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 7월 9.9%에서 8월 1.6%로 내려앉았다. 특히 중소기업이 심각하다. 경기둔화로 채산성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줄이고 있어 투자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올 상반기 매달 5조~6조 원을 웃돌았으나 8월 들어 1조 원대로 급감했다.
민간소비 증감률은 2004년 3분기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돌아선 이후 지난 2분기 -0.2%를 기록하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9월 취업자는 2천373만 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11만2천 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러한 증가폭은 3년 7개월 만의 최저치로 노동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지금까지는 자영업 중 도소매·음식숙박업이나 건설업 등 경기에 특별히 민감한 업종이 내수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의 고용이 크게 위축되었지만, 점차 상용근로자로까지 고용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9월 47만4000명 증가했던 상용근로자 수는 이번 7월 38만1000명으로 40만 명대가 무너지더니 지난달에는 급기야 31만8000명으로 30만 명대가 무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교적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있는 상용근로자 수가 줄어드는 것은 고용 불안이 소비 위축과 장기 침체로 연결되는 징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경제위기와 고용불안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서 정부는 과감하면서도 냉정하고, 신속하면서도 치밀한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금융부문의 불안을 해소하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실물부문이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정부는 세계 금융위기의 파장을 과소평가하다가 뒤늦게 심각성을 인식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거나,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한국, 일본, 중국의 국제공조와 같은 설익은 정책을 발표해 시장 불안을 증폭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정부는 미국 발 금융위기를 기회로 규제개혁 의지를 후퇴시키려는 움직임도 단호하게 경계해야 할 것이다. 금융위기가 수출과 내수 등 실물경제의 발목을 잡고, 실물부문의 침체가 다시 금융에 타격을 주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규제개혁이 더 필요하다. 규제개혁을 통해서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고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수출과 내수의 부진으로 인한 고용 불안은 사람들의 생계문제와 직결되니 만큼, 정부는 고용 불안 사태에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다.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일감을 만들고 동시에 노사가 협력하여 고용불안 요소를 스스로 줄여나가는데 총력을 기울이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또한 경기 불황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하면서, 재교육을 통해 보다 생산성이 높은 인력이 될 수 있도록 사회 안전망을 점검해야 할 것이다.

김태기(경제학) 교수

김태기(경제학) 교수
김태기(경제학) 교수

 dkdd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