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맛대로 보라 ⑨ <락뮤지컬: 스노우드롭 시즌2 마지막여행>
네 맛대로 보라 ⑨ <락뮤지컬: 스노우드롭 시즌2 마지막여행>
  • 김정아 기자
  • 승인 2008.11.08 16:18
  • 호수 1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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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속에 핀 한 송이 꽃

 

 이달 23일까지 대학로 신연아트홀에서 코미디 락 뮤지컬 ‘마지막 여행’이 공연된다. 이 뮤지컬은 진행되는 내내 끊임없는 강렬한 락음악과 잘 융화된 액션, 현란한 노래와 춤의 향연으로 관객들을 열광시킨다. 여기에 끊임없는 참여를 유도하여 그들로 하여금 이야기속의 일원이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에 현장감은 배가되고, 관객의 극 몰입까지 효과적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다. 콘서트 장을 방불케 하는 화려한 무대 속에 사회의 어두움, 그리고 희망의 드라마까지, 지루하지 않게 코믹한 에피소드 위주로 잘 그려내었다.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7명의 젊은이들이 은행을 털어 수억 원을 훔쳐내는데 성공한다.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은 아이디뿐이었던 그들. 경찰의 추적을 피해 모처에 몸을 숨기는 동안 몇 차례 갈등도 겪지만 힘들었던 인생의 전환점에서 그들은 서로를 친구로 받아들인다.
 냉정하고 침착하며 똑똑한 대장 루시퍼, 항상 무표정으로 속을 알 수 없는 스마일, 어리석고 모자라 보이지만 배짱과 의리를 가진 터프한 슈바이처, 엉뚱하면서도 항상 밝은 버클리, 도도하지만 마음은 여린 오마담, 어눌하지만 따뜻한 심장을 가진 숏다리, 열정적인 댄서 렛잇비. 성격도 살아온 인생도 각기 다르지만 그들은 모두 ‘스노우드롭’을 가졌다.
 스노우드롭의 꽃말은 ‘절망 속에 핀 한 송이 꽃’이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나 겨울의 혹한으로 고통 받고 있을 때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곧 찾아올 봄을 예언하며 희망을 전해주고, 그 때 내리는 눈이 꽃으로 화한 것이 바로 스노우드롭의 유래이다.
대장인 루시퍼는 가난하지만 명석한 두뇌로 항상 성공을 꿈꿔왔다. 하지만 대기업 입사 후 소위 ‘연줄’이라는 걸림돌로 인해 자신의 야망을 이루지 못하고 이에 범죄를 계획하게 된다. 가족의 사고사로 안면이 마비되어 웃지 못하는 스마일은 근육 수술로 웃는 얼굴을 갖고 싶어 범죄에 가담하고, 슈바이처, 숏다리, 버클리, 렛잇비 모두 빈곤에서 벗어나 자신의 꿈과 행복을 이루기 위해, 트랜스젠더인 오마담은 수술로 진짜 여자가 되고 싶어 범행을 저지르게 된다. 이들 모두 은행을 털어 번 큰돈으로 다시 새로운 미래를 그리며 행복한 한 때를 보내지만, 경찰의 추격으로 찾아온 위기에서 또다시 절망 속에 빠지게 된다.
 가난과 이로 인해 사회에서 받는 무시와 장애로 얼룩져있던 그들의 삶에 유일한 해결책은 바로 ‘돈’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또한 모든 갈등의 원인이었음을 왜 진작 깨닫지 못했을까.  모두들 희망의 전부일 것이라 믿었던 ‘돈’은 이들의 진정한 스노우드롭이 아니었다. 간절하게 바라던 꿈, 그리고 곁에 있어주는 친구 그 자체가 바로 스노우드롭이었던 것이다. 이는 인질로 잡혀온 한 어린 청년에 의해 모두에게 일깨워진다. 이 청년의 삶은 누구보다 짧게 예정되어 있지만 그만큼 더 순수하고 아름답다. 숨 쉬는 순간순간이 언제나 소중한 그에겐 미래에 대해 꿈꿀 수 있다는 그 자체가 행복이요, 고통을 넘어설 수 있는 원동력이다. 그는 강도들에게 경찰에 쫓기는 불안한 삶보다는 자수를 권고한다. 죗값을 치룬 뒤에도 얼마든지 그들은 미래에의 희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대에 우리가 최고라 여기는 가치는 과연 무엇인가? 다양한 주인공들의 모습은 현대 사회인들을 대변하는 축소판으로, 우리의 인생과 더불어 물질만능주의가 지배하는 세상 속에서 ‘돈’의 신격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는 수단의 목적전도현상으로 발현된 그릇된 우상일 뿐임을 알아야한다.
 잘못된 길을 따라 떠난 그들의 마지막 희망여행의 종착지는 어디가 될 것인가?
 또한 이 작품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진정한 스노우드롭을 가지고 있는가?”

김정아 기자
김정아 기자

 wjddk@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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