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나도 모르게 한국말이 터져 나왔다. 한 달에 한 번 모든 가이아들이 학교에 모이는 스터디 윅(Study week). 학교에 가면 이미 DI를 시작한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기에 나는 기분이 들떠 있었다. 하지만 학교에 도착하니 다른 문제가 터졌다. 학교에 오자마자 가이아 선생님이 내게 친구들을 위해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해보라고 갑작스레 주문한 것이다. 시간이 없었다. 지난 스터디 데이 때 공부했던 ‘carbon footprint'-내가 얼마나 소비적으로 살고 있는지 보여주는 데이터-를 주제로 잡고, 친구들과 함께 포스터를 만들고 발표 멘트를 적어나갔다. 영어로 뭔가를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사실에 나는 입술이 바짝 마르는 것을 느꼈다.
일정이 끝나고 우리 팀은 다시 뉴캐슬로 돌아왔다. 다음 주 계획을 짜려고 팀원들과 함께 둘러앉았는데, 팀의 인도 친구-그는 CICD에 지원한 최초 인도인으로 학교 내에서 화제가 됐었다-가 다음 주에 자신은 런던에서 열리는 인도 축제에 꼭 가야한다며 일할 수 없다고 했다. 너무나 단호한 그의 한 마디, 잠시 침묵으로 일관하던 가이아 선생님은 휴일이 아닌 만큼 팀원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고 했다.
이 무렵, 나는 함께 방을 쓰는 헝가리 친구가 저녁이 되면 사라지는 것을 알게 됐다.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생긴 것이다.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있다고 했던가. 그녀는 최근 들어 가이아 일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곤 했다. 자신이 천 장의 리플렛을 뿌려도 많은 백이 수거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컸다. 늘 불평을 들어주던 것은 나였지만,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생기면서 그 일은 내 손에서 떠났다.
기운이 빠졌다. 얼마 전 우리 팀은 가이아를 끝내기 위해 채워야할 포인트가 여전히 많다는 소식을 접해 사기가 잔뜩 떨어져 있던 터였다. 이 와중에 접한 예상 못한 뉴스에 가이아 하우스에는 또 한 번 침묵이 맴돌았다. 떠나는 친구들을 위해 이별파티를 마련했다. 친구들과 함께 폭우 속에서도 함께 웃으며 일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헝가리 친구는 아프리카에 가는 게 꿈이라고 했었는데’,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리고 이 질문에 다다랐다. “남은 팀원들이 다함께 무사히 아프리카에 갈 수 있을까?” 돌아온 건 떠나는 친구들의 행운을 빈다는 작별인사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