⑩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감독 임순례, 2007년)
⑩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감독 임순례, 2007년)
  • 김정아 기자
  • 승인 2008.11.25 14:13
  • 호수 1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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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만 끝난 ‘최고의 순간’

스포츠영화는 땀과 좌절, 그리고 시련을 극복한 성공이라는 스토리라인으로 관객들에게 보장된 감동을 선사한다. ‘우생순’의 전개 또한 이 같은 뻔한 구성이라 할 수 있지만, 이번 청룡영화제에서 최우수상작으로 선정될 만큼, 한국에서의 이 영화는 특별하다. 일단 우리나라에서 여성과 스포츠를 중심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자체가 흥행성에 대한 위험한 시도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등장한 스포츠 또한 비인기종목인 핸드볼. 말 그대로 ‘소외된 자들의 영화’이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관객들을 스크린 앞으로 이끈 이 작품의 매력은 무엇인가. 2004년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 국민들의 무관심속에서도 묵묵히 결승전까지 올라온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감동실화, 그리고 그 속엔 우리가 알지 못했던, 관심 갖지 못했던 경기의 투혼을 넘어선 그들의 이야기가 있다.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 획득, 세계 최고 스포츠임을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선 경기할 실업팀도, 나라의 지원도 없다. 국가대표 핸드볼 선수에서 억척스런 주부로 돌아간 정란, 남편의 사업 실패로 빚쟁이의 독촉 속에 마트 판매원으로 간신히 생활을 꾸려나가는 미숙, 여자핸드볼 올림픽대표팀 감독대행이 되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물러날 상황에 놓이는 혜경.

영화는 사람들과 국가의 외면아래 현실로 내몰려 ‘여성’의 역할을 해내야하는 이들의 이야기로 스포츠 속에 인간의 삶을 하나로 그려낸다. 노장선수들과 신예선수들의 대립, 감독과의 마찰 등 선수생활 내에 있는 갈등 또한 그 삶 속에 녹아있다. 이 영화 속 ‘스포츠’는 이들을 모두 해소하는 공간이자 화합의 장이며, 그 자체로 한편의 드라마인 것이다. 봅슬레이를 소재로 한 ‘쿨 러닝(미국, 1994)’, 하키 영화 ‘미라클(미국, 2004)’과 같이 비주류스포츠가 관객들에게 더 참신한 작용으로 화재가 되고, 동시에 그들에게 그 스포츠 자체에 대해 알려 흥미를 끄는 경우는 많다.

허나 ‘우생순’은 기존의 이러한 작품들과는 다르게 관객에게 접근하기 보다는 관객을 다가서게 만든다. 영화 전체가 눈앞에서 직접적으로 벌어지는 하나의 다큐멘터리이자 인생이 되어 우리는 그들의 번민과 열정을 함께 경험하고, 이로써 국제대회에서만 잠깐 접했던 생소한 스포츠가 우리들의 이야기로 화한다. 이는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상영시간 전체가“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다. 이 감동이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영원히 아름답기를.

김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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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jddk@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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