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대신문 연중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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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령(문과대학) 교수
  • 승인 2009.03.17 18:11
  • 호수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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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역사의 숲에서 찾는 변화의 리더십

오늘의 우리는 한치 앞도 제대로 바라볼 수 없는 엄청난 도전과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21세기의 변화는 우리를 낡은 사고나 방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예측불허의 세계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반복되는 정치적 혼란과 비이성적인 이념갈등,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국내외 경제상황 등은 우리 모두에게 신속하며 적절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가는 곳마다 경쟁이 치열하여 승리를 예상하기 어렵고 생존조차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21세기의 국가와 조직, 개인들이 직면한 공통의 문제는 변화라고 말할 수 있다. 변화하지 못하거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개인은 물론 국가나 조직도 도태될 수밖에 없다. 변화는 항상 혼돈과 불안, 갈등과 저항을 동반하다. 그러므로 효과적으로 변화를 이끌어내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고대 중국에서 가장 혼란기였던 전국시대 조(趙)나라의 무령왕(武寧王)은 북쪽의 흉노뿐만 아니라 이웃 나라들의 침입에 맞서기 위해서 군사력의 재정비가 절실했다. 무령왕이 구상한 군대개혁은 대규모 기병부대를 조직하고 기병들에게 쉽게 말을 타면서 활을 쏠 수 있도록 호복(胡服)을 입히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오래전부터 스스로 중화민족이라 부르며 주변의 이민족을 이(夷) · 융(戎) ·만(蠻) · 적(狄)이라고 멸시하였다. 그런 만큼 한족이 야만족의 옷을 입는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개혁에 대한 찬반논쟁은 뜨거웠다. 비판의 최선봉에 선 자는 숙부인 공자성으로 “중국문화를 버리고 먼 오랑캐의 복장을 채용함으로써 예부터 내려오는 가르침과 도리를 바꾸고 민심을 거스르며 식자들의 의견을 무시하면서까지 중원의 세계에서 떨어져 나가려 하고 있다”고 반대하였다.


이에 왕은 몸소 공자성의 집을 방문하여 “원래 복장은 용도에 따르는 것이고, 예는 사회관계를 원활하게 해 나가기 위한 것이 아닙니까. 이는 백성들에게 이익을 주고 나라의 풍속을 건전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라고 끈질기게 설득하여 겨우 납득시켰다.


그러나 중신들은 대부분 반대의견을 고수했다. 무령왕은 북쪽 국경상황의 심각성과 통치자의 전략을 솔직하게 이야기 하며 끝까지 설득해서 신하들을 충분히 납득시킨 뒤 기마전술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조나라 군대는 전투에서 놀라운 성공을 거두고 엄청난 크기의 새 영토를 확보할 수 있었다.


중국의 다른 나라들에서는 무령왕의 혁신적인 정책을 조롱하였지만 뛰어난 기동력이 초원과 변방지역을 지배하는 수단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랜 전통과 관습을 뛰어넘은 무령왕의 군대개혁은 신하로부터 백성 전체에 의욕을 불어넣었으며 조나라가 한 세기 동안 번영을 누리는 계기가 되었다.


올해 들어 신문지상에 언론개혁이란 단어가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작년 말부터 여태까지 계속된 입법전쟁은 이른바 ‘경제 살리기 법’ 혹은 ‘MB악법’이란 명칭으로 여야간 극한 대치국면을 형성하며 폭력 사태로 번졌다.

정쟁의 초점은 공중파 방송사업에 기존 신문기업들의 진출을 허용하려는 미디어관련법에 있다. 표면적으로는 언론 산업의 다변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확실한 정치적 우군인 일부 신문재벌들에게 경제적 이윤을 보장함으로써 밀월관계를 견고히 하고, 방송까지 장악하여 집권역량을 강화하려는 속내이다.

 

결국 미디어관련법은 정책목표의 공익성과 입안과정의 공정성이 결여된 채 일방적으로 추진되어 국민적 저항에 부딪쳤다. 변화에 따른 비전과 이를 뒷받침할 민의가 형성되지 못한 채 조급함이 가져온 소통의 부재인 것이다.


시대를 이끈 변화의 리더십은 무령왕처럼 거리낌 없고, 솔직하며, 알기 쉬운 양방향의 의사소통을 통해 구성원들이 변화의 이유와 긴급성, 중요성을 이해하도록 납득시키는 것이 첫 걸음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역사의 숲에서 변화를 이끈 통찰과 포용의 리더십을 배우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재령(문과대학) 교수
이재령(문과대학)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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