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역시 또 하나의 경험이죠”
“이것 역시 또 하나의 경험이죠”
  • 이초희 기자
  • 승인 2009.05.27 20:03
  • 호수 1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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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가는 길 ‘무인과일가게’ 운영 김경태(경제·3) 군

▲ 과일 가게 주인인 김경태 학생 사진: 이상만 기자 diplina@dankook.ac.kr

다양한 활동의 일환으로 무인 과일가게 차려


죽전캠퍼스 기숙사 가는 길, ‘드시고 싶은 과일을 고르신 후 금액을 넣어주세요’ 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는 무인 과일가게. 이 과일가게의 주인은 우리 대학 경제학과 3학년 김경태 군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과일가게를 차린 김 군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1. 그냥 버려지는 과일이 아깝잖아요

“주위 친구들이 과일을 먹고 싶은데 마땅히 살 곳은 없고, 사게 되더라도 박스로 사게 돼 다 먹지 못하고 버리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그래서 조금씩 팔면 괜찮겠다 싶어서 시작 했죠”. 기숙사에서 살고 있다는 김 군이 과일가게를 하게 된 계기다.

김 군은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과일가게를 내고 무인판매를 시작했다. 학교에 건의해서 교내에서 판매하는 것도 생각해 봤지만 교내에 노점상이 있으면 보기에 좋지 않고 임대문제도 있어 기숙사 가는 길의 슈퍼 아주머니에게 부탁을 드렸다. 이에 흔쾌히 허락해 준 아주머니 덕분에 김군의 과일가게가 문을 열게 됐다.

#2. 가락시장에서 직접 사오는 제철과일이예요

김경태 군은 과일 가게를 하기 위해 새벽에 직접 가락시장에서 과일을 사온다. 처음에는 그냥 시장에 있는 과일을 사왔지만 지금은 제철과일을 사오는 편. “과일을 사러 갔는데 어느 순간 딸기가 없고 수박이 나와 있더라고요”. 바나나, 거봉, 오렌지 등 여러 과일이 놓여있는 가판대에 지금은 수박이 제일 앞자리에 놓여 있었다.

김 군은 제철과일은 가격변동이 심해 가격을 어쩔 수 없이 올리는 경우가 있는데 비싸다고 인상 쓰지 말고 이런 점을 이해해 줬으면 한다고 했다. 재미있었던 것은 수박에 일회용 숟가락을 같이 포장해 놓은 것이었다. 김 군은 “수박을 한 통 다 팔기에는 너무 많고 그렇다고 잘라서 팔면 학생들이 먹기 불편할 것 같아 숟가락을 같이 포장하는 방법을 생각했어요”라고 밝혔다.

#3. 어려운 점, 말도 못해요

사람이 어떤 일이든 시작할 때 제일 힘든 것은 믿음을 사는 것. 김 군 역시 과일가게를 하면서 ‘믿음’의 벽에 어려움을 겪었다. 처음에 과일가게를 시작했을 때 다들 관심을 보였지만 직접 사먹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기간을 버티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군은 “교수님께서 과일가게 주변에서 야외 수업도 하시고 지나가면서 과일도 종종 사주셔서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신뢰를 얻게 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많은 사람의 신뢰를 얻기는 어려운 법. 한 예로 축제 기간 동안 각 단과대 회장들에게 과일을 판매하겠다고 연락을 했다.

실제로 과일을 사겠다고 한 단과대도 몇 있어 과일을 평상시보다 많이 사왔지만 정작 당일 과일을 사겠다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학생들이 과일을 마트에서 사오는 것을 보고 왜 그럴까 알아봤더니 아무래도 믿지 못해서 그랬다고 하더라고요”라며 이번 주는 많이 힘들다며 씁쓸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김 군을 힘들게하는 또 다른 이유는 경제적인 면 때문이었다. 김 군은 “몸이 힘든 것보다 경제적인 부분에서 힘들어요”라며 프로라면 마진까지 생각해 가격을 정했겠지만, 장사를 처음 시작하는 초보라 미처 그것 까지 생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 김 군은 학생들에게 과일을 직접 다 사오는 것인데 비싸다고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4. 가게에 대한 애착, 이어가지 못해 아쉬워

김 군이 과일가게를 시작한지 어느덧 3개월 정도가 되어간다. 김 군은 이번 학기 수강신청을 할 때 직장을 가지려고 수업을 모두 야간으로 신청하고 면접도 보러 다녔다. 실제 몇몇 회사에서 연락도 왔지만 마지막에는 과일가게를 택했다. 김 군은 “과일가게를 시작했는데 바로 다음날부터 연락이 오더라고요”라며 멋적은 웃음을 보였다.

한편 교내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김 군은 지난 해 GTN(Global Talent Network) 1기로 활동했고, 이번 학기 캄보디아 봉사단에 선발됐다. 김 군은 이번 학기의 경험을 토대로 다음 학기부터 배달도 하며 구체적으로 과일 장사를 하려고 했지만, 다음 학기에 교환학생으로 하얼빈에 가야하기 때문에 더 이상 장사를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김 군은 친구들에게 과일가게를 해보지 않겠냐고 권해봤지만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이처럼 과일가게에 대한 깊은 애착심을 갖고 있는 김 군은 “학생들이 과일이 비싸다고 할 때마다 미안해지는데 시장 가격을 맞춘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라고 전했다.

이초희 기자
이초희 기자

 lchki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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