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묵처방] 원칙 철저히 지키면 두마리 토끼 잡을 수 있어
[백묵처방] 원칙 철저히 지키면 두마리 토끼 잡을 수 있어
  • 김춘옥(언론영상) 교수
  • 승인 2009.08.02 19:27
  • 호수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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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담론을 주로 취급하던 백묵처방이 이례적으로 구체적인 주제를 놓고 의견을 달라고 한다.  결강사유서. 특히 학생회 임원이나 학보사, 방송국 기자들의 경우 결강 사유서는 보통 중요한 문서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허나 잘 못 의견을 냈다가 학생들 또는 교수들, 아니면 학교 당국으로부터 매도(?) 당할 위험도 있어 보이지만, 용기를 내보았다.

연역적으로 풀어보자. 결강사유서를 발행하는 주체는 학교당국(전체, 단과대학 단위, 학부 단위, 과 단위 등) 이거나 교수들이다. 학생회도 제안을 하거나 자체적으로 결강사유서를 발행하는 경우를 보았다. 결강사유서를 발행하는 이유는 각각의 단위 별 행사 참여나 준비, 특정 수업 단위로 실시하는 견학이나 방문 때문이다. 결강사유서를 발행하는 측에서는 그러그러한 행사는 학생들의 대학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한다. 만에 하나 확신이 없다면 관행 때문이라고 해도 좋다.

그런데 결강사유서를 받아든 교수들의 입장은 다르다. 학생이니 일단 결강은 하지 않는 범위에서 행사 준비나 참여를 해야 한다는 주장, 공식적인 문서까지 갖고 왔으니 봐 줘야한다는 주장, 사안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입장 등으로 나뉜다. 대학 강의실에서 ‘교수는 헌법’인데 어찌 각각의 다른 의견을 하나로 통일하라고 강요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시도를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지식인의 가장 기본적인 자유로운 사상을 저해하는 행위가 아닌가?

이번에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보자. 같은 단과대학 소속 학생회 임원인데 어느 학생은 결강으로, 어느 학생은 출석으로 인정된다면 이 또한 공정성에 문제가 생긴다. 중요한 답사, 중요한 견학 기회가 있다면 수업 한번 듣는 것보다 몇 배 더 효율적일 수도 있는데. 인정 안 해주는 교수님은 대학생활을 너무 좁게만 판단하시는 것 같다. 재미도 없는 수업에만 가둬두려는 속셈인가? 그토록 중요하다는 창의력 개발이 교실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최근 언론영상학부는 학부 축제 (광장)를 수업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날인 금요일 하루에 치르고 모든 수업은 휴강하기로 결정했다. 원칙이 없으니 해마다 축제 참여 인원도 적고 결강 학생 수는 많고 교수는 짜증이 나기 때문이다. 대신 그날 수업이 있는 학생들은 반드시 참석하도록 했다. 수업 대신 행사에 참석하는 학생들은 행사장 입구에 설치된 카메라 앞에서 자신을 소개토록 했다. 학부의 특성상 영상 체크는 금세 해결되는 문제이니 가능해 보인다.

이런 식으로 풀어나가면 최적의 해결책이 나올 것도 같다.
먼저 가장 큰 행사인 축제. 일주일 내내 열리는 축제 기간 동안 오후수업은 휴강이다. 그런데 오전 수업에도 운동경기 참여, 응원, 기타 행사 준비 등을 이유로 결강서를 받아들 때가 많다. 교실은 썰렁하기 일쑤다. 특히 일학년 수업에는 더 그렇다. 가장 만만하게 차출당해서일 것이다. 한 학기 동안 16주 수업이 불가능한데 그 가운데 일주일을 이렇게 보내게 된다.

체육대회 경기를 비롯한 모든 행사를 오후에 하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까?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 델리의 운동장처럼 웅장하게 버티고 있는 운동장과 현대적 장비로 채워진 체육관이 있지 않은가? 학생회 간부들도 축제를 위한 모든 준비와 행사는 오후에만 치르는 것을 원칙으로 철저히 지키면 어떨까? 아예 오전 수업결강서는 불가하게 만들면 어떨까? 오전 수업에 지각하거나 숙취 상태로 참여하는 학생들 걱정은 되지만.
각각의 수업에서 실시하는 견학, 답사, 등을 내용으로 한 결강서는 받아들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전체 학생의 40%가 등록금 대출을 받고 있다는데. 또 새 캠퍼스에 걸맞는 대학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대학, 학생, 교수, 결강사유서 발행을 줄이면 어떨까?

후기 : 이 정도를 처방이라고 사진까지 곁들인 칼럼난에 기고하다니 厚顔無恥 소리나 듣지 않을까 두렵소이다. 
김춘옥(언론영상) 교수
김춘옥(언론영상) 교수

 dknew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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