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묵처방 - 조화하는 법을 배우자
백묵처방 - 조화하는 법을 배우자
  • 전종우(언론영상) 교수
  • 승인 2009.08.02 21:14
  • 호수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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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각 학과에서 개설되는 과목 중에 조별 모임을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그 결과물을 프레젠테이션이라는 대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발표하고 평가 받는 과목이 많이 생기고 있다. 이러한 수업은 학과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학생들로 하여금 실제적인 프로젝트를 경험하게 하여 실무적인 감각을 기르는데 많은 도움을 제공한다. 특히 언론영상학부에 개설되어 있는 광고기획이나 광고제작과 같은 실무 수업은 과목의 특성상 강의와 함께 이러한 조별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수업이다. 개개인의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광고물을 만들어 간다는 의미에서 여럿이 함께 힘을 모아 진행하는 방법이 혼자서 하는 것보다는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별 프로젝트를 활용한 수업이 제공하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불거지는 경우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여러 명이 한가지 일에 참여하게 되는 일의 특성상 나타나는 조원들 간의 화합문제이다. 같은 조원과의 불화나 조원들의 참여도 문제로 갈등을 겪는 등 다양한 불만을 듣게 된다. 같은 조원은 일반적으로 같은 점수를 받게 되어 학점에 민감한 학생들 사이에 이러한 불만이 확대되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 같다. 미국과 같은 개인주의 문화에서는 조별 프로젝트를 마친 후 각각의 팀원들끼리 서로를 평가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누가 어느 정도 프로젝트에 기여하였는지 같은 조원들에게 서로 평가를 시켜 그 결과를 최종 평가에 반영하는 것이다. 상당히 객관적인 평가방법으로 볼 수 있지만 이는 한국적인 문화에 어울리는 평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조별 모임을 학점을 받기 위한 수단이라기 보다는 좀더 거시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졸업을 하고 사회에 진출하면 학교에서 만나는 사람들보다 더욱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특히,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동료는 물론 고객으로 만나는 사람들과 다양한 일을 함께하는 것은 필수적인 업무가 된다. 당연히 자신과 맞는 사람도 있고 같이 하기 힘든 사람도 많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사회 현실에 비추어 조별 모임을 다양한 사람들과 조화하면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일을 연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더욱이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동의 일을 처리해 본다는 것은 개개인에게 소중한 경험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자체적으로 조를 편성하라고 하면 친한 친구와 함께 조를 편성하는 경우가 많다. 때에 따라서는 전공 수업에 들어온 다른 과 학생들은 어느 조에도 편성되지 못하고 겉도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것은 소중한 경험이다. 학교라는 작은 울타리이긴 하지만 전공이 다른 학생들과 생각을 교류하고 공동의 작업을 해보는 것이 같은 과 친구들과만 공동 작업을 하는 것보다 장점을 많이 제공해준다는 사실을 외면한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조별로 일을 할 경우에는 자신의 생각을 양보할 줄 아는 것도 필요하다. 개개인이 전부 자신의 생각을 옳다고 주장하게 되면 하나의 완성된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쉽지 않다. 특히 토론이나 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내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않은 한국적 현실에서 서로 조화하는 법을 배우는 것도 조별 수업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다른 조와의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 수업 시간을 통해 배워야 할 것은 경쟁에서 이기는 법이라기 보다 경쟁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들과 경쟁하여 이기는 것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 오히려 같은 학교에서 공부한 이들은 사회에 나가면 서로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개개인들의 자산이 될 수 있다. 진정으로 경쟁에서 이겨야 할 상대는 따로 있다. 너무 근시안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같은 수업 듣는 친구들과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할 줄 하는 열린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종우(언론영상) 교수
전종우(언론영상) 교수

 dknew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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