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자석 - 자연과학대 매점, ‘희망’을 보았다
주간기자석 - 자연과학대 매점, ‘희망’을 보았다
  • 도우리 기자
  • 승인 2009.08.02 21:35
  • 호수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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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상황에 지배받는다.’ 심리학의 명제 중 하나이다. 이에 대한 유명한 실험으로 ‘밀그램의 권위에 대한 복종’실험이 있다. 형식은 실험 참가자들이 사람을 앞에 두고 강도를 차례로 늘려가며 전기충격을 가하는 것이었는데, 전기충격을 당하는 사람이 괴로워하는데도 전기충격을 가하라는 권위자의 명령 앞에 대부분의 실험자들이 순종했던 실험이다. 권위자의 명령이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상황에 실험자들이 지배당했던 것이다.

상황이 인간을 지배하는 것은 실험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일어난다. 대구 지하철 참사가 그 예이다. 방화로 연기가 객차 안에 자욱히 피어오르는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계속 그 자리에 앉아있었고, 결국 대피 시간을 벌지 못했다고 한다. 모두가 앉아서 조치를 기다리는 상황을 깨뜨리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또 신학기철이면 항상 떠오르는 신입생 구타사건도, 집단으로 구타하는 상황 속에서 개인이 이의를 제기하지 못해 결국 큰 사고가 일어난다는 점에서 상황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이러한 사례들에서 알 수 있듯이 상황은 개인의 행동을 지배한다.

그런데 유명한 명제가 또 하나 있다. ‘인간은 상황을 지배한다.’ 상황을 변화시키는 한 개인의 사소한 행동이 상황을 만들어 결국 상황을 지배한다는 뜻이다. 본보 2면 에 보도된 ‘자연과학대 매점 미담사례’도 인간이 상황을 지배한 긍정적인 사례이다.

거스름돈을 학생들이 직접 집어가게 하고, 외상도 기꺼이 해주는 등 학생을 믿는다는 매점 아주머니·아저씨의 신조가 상황을 만드는 사소한 행동이었고, 그 행동이 ‘상호신뢰’라는 상황을 만들어, 그 상황에 학생들이 영향을 받은 것이다. 또한 취재하면서 학생들을 만나보니 학생들 역시 '상황을 지배한' 주역들이었다. 인터뷰했던 권선미(화학·3) 양은 그날 그냥 먹는 학생도 있었는데 눈치를 줘서 돈을 내게 했다고 했다. 또 평소에도 웬만하면 카드결제시 발생하는 수수료 부담을 줄여드리려고 현금결제를 한다고 했다. 이종민(분자생물·2) 군은 그날 계산한 값이 정확치 않은 것 같아 그 다음날 다시 계산하려 했다고 했다. 계산한 값이 다를까봐 다시 계산하러 온 학생은 이군 외에도 많았다고 한다.

취재하는 동안 이러한 긍정적인 개인들을 보면서 긍정적 상황을 만들어낼 가능성을 품은 단국인들에게 '상황을 지배할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 대학의 교육 및 교육환경 지표가 좋지 않아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취재에서 발견한 것과 같은 단국인 개개인의 긍정적인 힘이 발휘된다면, 그러한 상황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도우리 기자
도우리 기자

 wrdoh@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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