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교양이란 무엇인가
2. 교양이란 무엇인가
  • 김주언(교양학부) 강의 조교수
  • 승인 2009.08.04 18:19
  • 호수 12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식’과 ‘능력’으로서의 교양교육 실천해야

누구나 교양 교육을 받기 위해 대학에 입학하지는 않는다. 의당 자신이 전공하는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나름대로의 꿈일 터이다. 그러나 대학을 다니기 위해서는 전공과목 이외의 교양과목을 이수해야만 하는 게 대학의 현실이다.

따라서 이런 현실에 대한 볼멘 항의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요즘처럼 실용 중시 풍조의 세상이 아니더라도, 교양 교육은 항상 갈 길 바쁜 학생들을 붙들고 자신의 타당한 존재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야만 하는 운명을 짊어지고 있다.

그러나 인류 문명사에서 전개된 대학의 역사를 볼 때, 교양 교육의 처지가 본래 그렇게 궁색했던 것은 아니었다. 대학은 중세에 처음 생겼는데, 교육의 내용이 바로 리버럴 아트였다. 리버럴 아트를 어떻게 번역하든, 그것은 다름 아닌 오늘날의 교양이다.

이런 대학의 위상은 단지 흘러간 과거지사가 아니다. 오늘날의 대학은 교양교육기관이라는 본연의 모습에 전문적인 기능을 가진 직업인을 양성하는 전문기관이라는 두 가지 모습이 겹쳐 있을 뿐이다. 미래의 대학이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지 쉽게 예단할 수는 없다.

다만 서구 대학의 교육 모델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기왕의 내력에 비추어 본다면, 앞으로 대학은 리버럴 아트와 전문 직업 교육이 비교적 분명하게 구분될 가능성이 크다. 일반 대학 과정을 마친 학생이 다음 코스로 메디컬 스쿨, 로 스쿨 등의 그레주에이트 스쿨(대학원)에 진학해서 전문 교육을 받는 추세가 영역별로 보편화된다면 대학은 기본적으로 일반 교양교육에 충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교양(敎養)’이라는 말은 식민지 시대 일제에 의해 이중으로 번역된 서구어로서 그 의미는 영어 컬춰(culture)보다는 독일어 빌둥(bildung)에 더 빚지고 있다. 번역어로서의 교양은 물론 에티켓 따위의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단순한 지식이나 개인적 자질도 아니다.

한 개인의 인격 형성과 발전에 필요한 인문학적 소양의 습득을 통해 일정한 문화이상을 체득하고, 세상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비로소 교양이다. 특히, 18세기의 독일이나 19세기의 영국에서 강조된 전통적 의미의 교양은 인간의 전인적 자기 완성, 자기를 넘어 다른 것을 수용할 수 있는 정신적 개방성, 자기의 이해관계를 벗어난 사심 없는 자기 초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런 교양의 성취는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대학 교양 교육의 실천적 국면에서 교양은 ‘지식으로서의 교양’과 ‘능력으로서의 교양’으로 대별된다고 할 수 있다. ‘지식으로서의 교양’은 결국 인류 사회의 지적인 문화 유산 상속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어떤 지식이 우리의 편협한 자기 한계를 극복하게 하고, 자기 초월에 이르게 하느냐에 대해서는 지식 사회에서 느슨한 정도나마 일정한 암묵적 동의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문(文)·사(史)·철(哲)로 대표되는 인문학이 바로 그것이다.

이 인문학 지식의 특징은 단지 지식 대상의 앎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진정한 교양으로서의 지식은, 그 지식을 거울삼아 자신을 비추어 보고 반성해볼 수 있게 하는 성찰적 지식이다. 한편, ‘능력으로서의 교양’은 결국 ‘말하기’와 ‘글쓰기’를 포함한 의사소통의 문제로 귀결된다.

현대 사회에서 읽고 쓰는 능력(literacy)은 교양의 기본이 아닐 수 없다. 어학 능력, 특히 영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도 필수적인 교양이라는 데 토를 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런데 영어로 하는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우리말로 하는 의사소통 또한 만만한 문제가 아니다.

의사소통은 형태도 다양할뿐더러 다양한 수준의 깊이와 차원이 있다. 가장 높은 차원의 의사소통에는 역시 ‘지식으로서의 교양’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 결론을 말한다. 대학에서의 교양은 악세사리도 아니고 데코레이션도 아니다. 교양은 당신에게 끊임없는 지적인 도전과 능력의 연마를 요구한다. 이 요구를 외면하면 당신은 대학생이어도 적어도 대학생다운 대학생은 아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