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와 술자리
MT와 술자리
  • 최호진(법학과)교수
  • 승인 2009.08.04 18:47
  • 호수 1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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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학번 새내기 김단국은 학과엠티에 참석하라는 학과선배의 전화연락을 받고 벌써부터 걱정이다. 그는 평소 맥주 한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고, 석잔 이상 마시면 곧 쓰러지는 자신의 모습을 잘 알기 때문이다. 걱정 반 두려움 반으로 참석한 엠티는 자신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느 정도 술에 취한 선배가 찾아와 술잔에 술을 가득 부으면서 원샷을 하라고 한다. 김단국은 술을 마시지 못한다고 하자, 선배는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 대학생활이 힘들 것이다. 왕따당하고 싶으냐라고 하면서 머리를 쥐어박는다. 이어서 참석한 선배와 동기들이 원샷을 외친다. 끝내 술을 마시지 못한다고 거절하자 요즘 신입생은 빠졌다고 하며 선배는 운동장으로 집합을 하라고 한다. 동기들은 손깍지를 끼며 엎드려뻗쳐하면서 원망스러운 눈길을 보낸다. 새내기 김단국은 엎드려뻗쳐를 하면서 다음 모임부터는 절대 참석하지 않겠다고 결심을 했다.

 술에 약한 신입생은 신입생환영회, 모꼬지로 이어진 술자리가 고역스럽다. 잘 마시지 못하는 술을 강권하는 선배들도 두렵지만, 일부 선배들은 선·후배 관계를 확실히 하고 구성원들에게 일체감을 키우는 데는 최고라면서 신입생들에게 엎드려뻗쳐, 쪼그려 뛰기 등의 기합도 준다. 신입생들이 학교에 빨리 적응하고 선배들과 쉽게 친해지도록 하기 위해 해마다 치러온 환영 행사라는 것이 그들의 주된 주장이다. 하지만 이것은 획일성과 복종을 강요하는 군대식 문화이다. 이런 군대식 문화를 대하는 후배들의 입장은 선배들과 다르다. 먹지 못하는 술을 강제로 먹이는 행사는 부담스러워 참석하기를 꺼리거나, 일부 선배들이 사소한 문제를 꼬투리 잡아 버릇없다고 기합을 주는 것이 불만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런 행사들에 대한 평가가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면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행위들이 법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까? 우선 형법적으로 보면 형법 제324조의 강요죄에 해당될 수 있다.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있다. 그 어느 누구도 자신의 자유의지와는 달리 강제로 술을 마셔야 되는 의무를 부담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강제로 술을 마시게 하는 경우 강요죄에 해당될 수 있다. 또한 앞으로 학교생활이 힘들어 질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왕따를 당하고 싶으냐고 말하는 것은 협박에 해당할 수 있으며, 머리를 쥐어박는 것은 폭행에 해당할 수 있다.
1998년 소주 사발식을 강요당한 신입생이 급성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한 사건, 2004년 과음 이후 잠든 신입생이 호흡곤란으로 사망한 사건, 2006년 과음한 선배들이 신입생을 집단 구타해 숨지게 한 사건 등 단순히 술을 강요한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망이라는 불행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는 형사상 책임은 더욱 커진다. 이 경우에는 형법 제267조의 과실치사죄가 적용되어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형사책임뿐만 아니라 민사책임 또한 피할 수 없다.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 법원은 신입생 환영회에서 후배가 술에 취해 반말을 하자 폭행, 한쪽 눈의 시력을 잃게 한 선배에게 33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으며, 신입생환영회 공식행사가 끝난 뒤 말뚝박기를 하다 다치게 한 경우 선배는 후배에게 51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요즘에는 신입생 환영회와 오리엔테이션 기간에 공공기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대학, 교수들과 장래진로에 대하여 간담회를 하는 대학, 자연정화 활동을 하는 대학, 헌혈캠페인을 벌리는 대학, 학교 주변 불우가정을 찾아 도배와 빨래 봉사를 하는 대학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의 또 다른 이름인 ‘새터’가 진정으로 ‘새내기 새로 배움터’로 변화되어야 한다.

최호진(법학과)교수
최호진(법학과)교수

 dkdds@d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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