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사자성어-能書不擇筆
이야기 사자성어-能書不擇筆
  • 조상우(교양학부) 교수
  • 승인 2009.08.04 19:06
  • 호수 1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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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뜻

能 : 능할 능,  書 : 글 서, 不 : 아니 불, 擇 : 가릴 택, 筆 : 붓 필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은 고려하지 않고 좋은 환경을 갖춘 직장만 찾으려고 애씁니다. 일단 주위에 보여 진 것으로 인해 자신의 눈 높이만 높게 정해놓고, 자신이 가고자 하는 직장에서 요구하는 요소를 하나씩 자기에게 적용시켜 봅니다. 아마도 좋은 직장을 선택하려고 하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일이 반복 될 때마다 자신의 능력이 다른 사람만 못하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나는 ‘-- 때문에’ 안 된다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합니다.
요즘 경제 상황이 최악입니다. 일자리는 적은데 구직자가 많다보니 한 자리를 놓고 경쟁이 아주 치열합니다. 최근 부산 센텀에 신세계백화점이 개점을 하면서 백화점에서 일할 사원을 뽑았는데 100대1 이상의 경쟁률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하려는 의지와 노력입니다.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입니다.
『당서(唐書)』 <구양순전(歐陽詢傳)>에 ‘능서불택필(能書不擇筆)’이란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이 성어는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는데 종이나 붓 따위의 재료 또는 도구를 가리는 사람이라면 서화(書畵)의 달인이라고 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당나라는 중국 역사상 가장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나라입니다. 당시 서예의 달인으로는 당초사대가(唐初四大家)로 꼽혔던 우세남(虞世南), 저수량(     遂良), 유공권(柳公權), 구양순(歐陽詢) 등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서성(書聖) 왕희지(王羲之)의 서체를 배운 구양순은 글씨를 쓸 때 붓이나 종이를 가리지 않았으나 저수량은 붓이나 먹이 좋지 않으면 글씨를 쓰지 않았다고 합니다.
<구양순전>에 나오는 내용을 보면, “어느 날, 그 저수량이 우세남에게 물었다. ‘내 글씨와 구양순의 글씨를 비교하면 어느 쪽이 더 낫소?’ 우세남은 이렇게 대답했다. ‘구양순은 붓이나 종이를 가리지 않으면서도 마음대로 글씨를 쓸 수 있었다 하오. 그러니 그대는 아무래도 구양순을 따르지 못할 것 같소.” 라는 우세남의 말에 저수량도 긍정을 했다고 합니다.
『왕긍당필진(王肯堂筆塵)』에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 속설은 구양순까지이고, 그 이후의 사람들은 붓이나 종이를 문젯거리로 삼게 되었다” 고 하여 ‘능서불택필’은 구양순에게만 해당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구양순이 이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겠습니다. 그 고난의 시간이 있었기에 최고의 서예가가 될 수 있었다고 봅니다.
공자는 『논어』 <위정편>에서 “군자는 그릇처럼 판에 박히지 않는다(君子不器)”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은 그릇은 각각 그 쓰임이 정해져 있어서 능히 서로 통할 수 없으나 덕을 이룬 선비는 체(體)가 갖추어졌으므로 사용함에 두루할 수 있으니 다만 한 재주만 있는 것이 아니고 다재다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요즘 시대는 ‘만능엔터테이너’를 원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든 시키면 할 수 있는 사람 말입니다. 대학생들은 시대가 요구하는 것에 맞추어 자신을 변화·발전시켜야 합니다. 붓과 종이를 가리지 않은 구양순처럼, 다재다능한 군자처럼 말입니다. 학생들이여! 대학생활 동안 딸 수 있는 자격증은 다 따놓고 실전을 준비하여 어느 곳에 가서라도 제 몫을 할 수 있는 만능인이 되길 바랍니다.    

조상우(교양학부) 교수
조상우(교양학부) 교수

 dkdds@d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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