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올바른 말투
■기고 올바른 말투
  • 명예교수 박동운(경제)
  • 승인 2009.08.07 12:55
  • 호수 12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 주소로 잡지를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서울시 세종로 1번지 청와대…”(김윤옥)
“주소가 청와대라구요? 그럼 비서실에서 전화를 하신거구요”(출판사)
“그게 아니라 … 제 남편이 이번에 대통령이 된 이명박인데요”(김윤옥)
청와대 입주 후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평소 받아오던 잡지의 배달 주소를 바꾸려고 출판사에 전화를 걸었을 때 오간 대화다(조선일보 2008. 3. 12).


김윤옥 여사의 말투의 핵심은 ‘대통령 이명박’으로 요약된다. 이는 우리가 흔히 저지르기 쉬운 두 가지 실수를 바로 잡아준다. 김윤옥 여사는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해도 될 것을 ‘대통령 이명박’이라고 했고, 따라서 남에게 가족을 이야기할 때는 존칭을 사용하지 않아야 하는데 그렇게 했음을 보여준다. 관련된 예를 든다.


<예 1>: 2007년 8월 어느 날 예술의 전당에서 국악페스티벌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하여 11개국 외국 대사가 참석했다. 사회를 맡은 50대의 한 한국정신문화원 교수가 자신을 소개했다―“저는 사회를 맡은 한국정신문화원 ??? 교수입니다.” 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에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사회를 맡은 그 교수는 이렇게 말했어야 한다―“저는 사회를 맡은 한국정신문화원 교수 ???입니다.” 직명은 남이 부를 때는 존경의 뜻으로 이름 다음에 붙이지만 자신이 부를 때는 겸손의 뜻으로 이름 앞에 붙여야 한다. 김윤옥 여사는 남편의 경우에도 ‘이명박 대통령’ 대신 ‘대통령 이명박’이라고 말했다.


<예 2>: 올바른 말투를 사용하지 않는 직업이 주로 목사, 교수, 정치가 등이 아닌가 생각된다. 많은 경우 목사들은 자신이 쓴 글이나 대화에서 자신을 ‘??? 목사’라고 서슴없이 표현한다. 학회에서 적잖은 교수들은 자신을 ‘??? 교수’라고 소개한다. 내가 아는 한 교수는 자동응답기에다 이렇게 녹음해 두고 있다―“저는 ??? 교수입니다.” 내가 아는 한 국회의원은 항상 자신을 가리켜 ‘??? 국회의원’이라고 말하고, 자기 아버지를 지칭할 때는 ‘어른께서는 …’이라고 말한다.


<예 3>: 남에게 자신의 가족을 말할 때는 존칭을 써서는 안 된다. 한 젊은 목사는 “제가 어렸을 때 제 아버님께서 …” 하고 설교를 시작했다. 귀에 좀 거슬리다 싶어 주의를 기울이다 보니 그 목사는 그 설교에서 무려 11번이나 “아버님께서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 목사는 ‘아버님께서’라는 말 한 마디에서 두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즉, 자신의 아버지를 존경한 나머지 ‘아버님’과 ‘께서’를 쓴 것이다. 가족 이름에 붙이는 ‘님’은 남이 존경의 뜻으로 붙여주는 것이지 내가 말할 때는 겸손의 뜻으로 ‘님’을 붙여서는 안 된다. 이 목사는 또 ‘께서’는도 써서는 안 된다. 이 경우 이 목사는 ‘님’과 ‘께서’를 빼고 ‘나의 아버지는 … 하셨다’, ‘나의 할아버지는 … 하셨다’라고 써야 한다.  


<예 4>: 내 친구 부인은 내가 전화할 때마다 “그 이는 집에 계시지 않는데요”라고 말한다. 이런 경우 겸손의 뜻으로 “제 남편은 집에 없는데요”라고 말해야 한다.

명예교수 박동운(경제)
명예교수 박동운(경제)

 dkdd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