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자기 확신
권력의 자기 확신
  • 김남필 동우
  • 승인 2009.08.19 16:39
  • 호수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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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주의든, 진보주의든 결국은 인간의 행동을 비롯되게 하는 동인이다. 그것은 살아있음의 산 증거이고 더 잘살아가려는 바램의 몸짓일 뿐이다. 살자고, 더 잘살아 보자고 하는 그 백열(白熱)의 몸짓을 존중 하는 것이 이념이나 신념에 앞서는‘사람다운’사회의 전제인 셈이다. 진정한 시민 사회는 이 원초적 생명과 삶의 몸짓을 양해하는, 아니 한걸음 더 나가 그 뜻과 실천을 존중하고 북돋워주는 사회여야한다.

 그러나 이건 무언가?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대통령 후보의 정치홍보를 담당했던 사람을 보도전문 방송사의 사장으로 임명했고, 방송사의 노조는‘공익성’을 이유로 사장취임을 반대했다. 그 갈등이 깊어져 양측이‘싸움’의 지경에 들어섰을 때 검찰은 노조위원장을 구속시켰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결정되었을 때, 광우병 위험을 이유로 수입 반대 입장을 뒷받침하는 특집 보도가 있었다. 이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한 PD를 전직 고위 공무원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담당 검사는 수사는 하지만 인신구속은 불가하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었다. 그 결정은 검사 교체와 함께 뒤집어졌고 담당 PD는 다시 체포되었다. ‘명예훼손과 업무방해’수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 두 가지 사안의 불씨는‘정부’의 권력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비롯된일이다. 언론인이 먼저 건 싸움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민주사회라 하더라도 정부의 권력은 우리 공동체의 삶, 미세한 개인의 삶을 규정하고 제어할 충분한, 아니 과도한 힘을 갖고 있다. 개방적이라는 미국에서도 대통령의 분노에 돈을 좋아하기로 으뜸가는 은행가들이 스스로 수억 달러의 보너스를 반납하는‘, 알아서 기어주는’행태를 보이고 있지 않은가? 그 권력을 가진 행정부이기에 우리는 이를 감시하고, 견제할 제어장치를 갖고 있어야 하고 그것
이 국회이자 언론이다.

 언론은 당연히 권력에 대해 비판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그 권력을 가진 개인의 ‘일상’마저도 감시할 권리와 힘을 갖고 있다. 만약 그것이 부정된다면 우리는 내 천부적 인권을 위임한‘권력’에게서 스스로를 방어할 아무런 장치도 갖고 있지 못한 셈이다. 지난 수십 년동안 수많은 젊음이 죽고, 수많은 시민이 구속
되면서 쌓아온 사회적 자산이란 바로 이같은 원칙들을 확인받는 과정과 다름 아니다. 그것이 우리의 사회적 삶이었고, 그것이 우리의 역사이며, 그래서 우리는 비록 작은 나라이지만 세계 어떤 나라보다 우리
의현대사를보듬을수있는것이다.

 백번 양보하여 방송사의 대주주가 정부산하 기업이니까 사장을 낙하산으로 보낼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그것이 정치권력의 힘이라면 이를 반대할 권력도 언론인에게 있는 것이다. 그것이 개인의 경제적
이득을 도모하는 것도 아니고‘보도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빚어진 갈등이기에 하는 말이다.

나는 시장 개방을 찬성하고, 아직 과학적으로 정확히 검증되어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광우병 발병 가능성을 놓고 나라가 두쪽날 듯한 형국에 혀를 찼던 입장이다. 그 프로그램의 문제제기를 통해 혼란이 커지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치뤘다는 비판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의주장과 시민들의 시위를 통해 정부의 대미협상 교섭력이 커지기도 했고, 새롭게 검역주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던 소득도 있지 않았는가? 전임 검사가 구속 수사는 무리하다고 공언까지 한 사안을 다시 후임 검사가 뒤집어 PD를 체포할 만큼 검찰의 수사능력이 허약하다는 걸까?

 이건 아니다. 그들이 설사 ‘좌익 빨갱이’이고 ‘반미주의자’라 하더라도 그들의 싸움에는 공익을 지킨다는 명분이 있다. 시민사회의 자정능력을 무시하고 권력이 인신구속이라는 무기를 휘두른다면 민주사회의 전제인‘언론자유’는 어찌할 것이며,‘ 인권보호’는 어떻게 지킬 것인가? 언론인 구속을 통해 나는 권력의 무오류에 대한 자기 확신이 심각한 수준임을 감지한다. 그래서 나는 다시 연대의 끈을 찾는다.
 

 정치적 신념을 떠나 자유와 인권이라는 최소한의 원칙을 재확인하는 사회적 연대의 실천이 필요함을 다시 깨닫는다. 검찰 수사를 재고하라, 그리고 노종면 기자를 석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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