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계의 뒷돈
의약계의 뒷돈
  • 이종운(약업신문 편집국장) 동우
  • 승인 2009.10.13 17:50
  • 호수 12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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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국회는 국정감사로 시끌시끌하다. 보건복지분야 국감에서는 ‘리베이트’ 문제가 가장 큰 화두가 됐다. 여기에서 말하는 리베이트는 제약회사(또는 의약품유통업체)가 의사나 병원에 제공하는 뒷돈(검은 돈)을 의미한다.
리베이트[rebate]는 사전적 의미로 지불대금이나 이자의 일부 상당액을 지불인에게 되돌려주는 일 또는 그 돈을 말한다.

아나운서 출신 정치인 변웅전씨는 현재 3선 국회의원으로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그런 변웅전씨가 국감현장에서 리베이트와 관련 한마디 했다. 
변 씨는”리베이트라는 외래어 대신 뇌물이라는 말을 썼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부연설명을 통해 리베이트는 고상한 의미가 있는만큼 불법적 부정적 의미에 해당하는 ‘뇌물’이라는 단어를 사용함이 마땅하다고 했다. 이후부터 다른 의원들은 물론 전재희 복지부장관까지 ‘리베이트’ 대신 ‘뇌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어떤 국회의원은 복지부 수사전담 검사를 파견받아 전담팀을 꾸리는 등  현장에서 발생하는 음성적 거래에 대한 상시조직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보건의료관련 법규에 의하면 올해 8월부터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제약사의 경우 우선 약값부터 강제인하 당하고 이어 과징금등 제재조치가 이어진다. 또 받은쪽인 의사들에 대한 처벌도 법으로 강제하는 법안이 마련중에 있다. 
가끔 첨단 무기거래나 대형토목공사 입찰현장에서 천문학적 숫자의 리베이트가 오고 갔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런데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보건의료현장에서 리베이트가 웬말이냐 싶을것이다.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가 의약품을 만드는 제조업자에게 검은 돈을 받았다는 것 아닌가. 실제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사례를 적발 해당업체에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리베이트가 뇌물이라면 이건 분명 불법이다. 처벌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의사들은 리베이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대한민국 의사 열명중 아홉명은 리베이트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다. 한마디로 받을 것 받는데 무슨 문제가 되느냐는 투다. 관행이라는 표현도 쓴다. 전혀 죄의식을 못느낀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일부 의사들도 그동안 리베이트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왜곡된 의료상황에 대한 지적부터 한다.
대형의료기관들의 장례식장, 건강검진센터, 간병인제도를 예로 들고 병원경영의 효자노릇을 하는 수익사업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의료환경을 제공한 정부정책을 탓한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건강보험수가로는 병원경영이 도저히 이뤄질 수 없다는 현실적 문제를 하소연한다.   불공정 거래행위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의약품 투명거래를 위한 자율협약’에 따르면 의사가 10만원 이상의 식사대접을 받거나 20만원 이상의 경조사비를 받아도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간주된다. 이쯤되면 안 걸릴 의사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것이다.

리베이트 근절은 법이나 규정으로 다스리기보다는 전문가 집단 스스로의 윤리적인 측면과 의료계가 자율적으로 불법리베이트를 척결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하고 이와 함께 제약사의 재정지원에 대한 사회적 규범을 만드는 제도마련이 병행돼야 할 것 같다. 대한민국 의사 모두를 범죄인으로 만든다면 이 또한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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