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인명사전과 친일청산
친일인명사전과 친일청산
  • 박선희 기자
  • 승인 2009.11.17 21:23
  • 호수 1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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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본에 충성을 맹세하는 혈서를 쓴 것을 보도한 신문이 발견됐다. 이에 따라 박 전대통령의 ‘친일행위’는 사실로 드러났다. 한편,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발간을 놓고 박 전 대통령의 아들 지만씨가 출판금지가처분신청을 냄으로써 논란은 더 뜨거워졌다. 법원에서는 이를 기각했고 지난 8일 『친일인명사전』이 발간됐다.

◇ 친일 청산은 독립 이후 지금까지 계속 된 논란의 주제였지만, 최근 친일인명사전의 발간과 함께 그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이전에도 친일파 후손들의 재산을 둘러싼 소송이 끊이지 않았다. 친일을 통해 부와 명예를 축적한 사람들이 광복 후에도 대대손손 잘 먹고 잘 산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현재 많은 친일 후손이 기득권층인 반면 독립군의 자손들은 어렵게 사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 친일행위는 광복 후 반드시 처벌했어야한다. 하지만 당시 인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군인이든 기업인이든 할 것 없이 계속해 등용됐다. 그리고 6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친일행위를 한 사람은 대부분 죽었고 그 후손들만 남은 상태다. 또 친일자 중에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도 있다. 서정주, 장지연, 안익태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단지 ‘친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작품이 교과서에서 사라지고, ‘업적’마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친일’을 한 행위자체는 비판받아 마땅하나 그 ‘업적’까지 무시할 수는 없지 않을까.

◇ 36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일제치하에서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친일’행위를 하지 않은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작게는 창씨개명부터, 신사참배 등 시대를 따르지 않고는 살아남기 어려웠으리라. 어렸을 때부터 친일은 ‘나쁜 것이다’라고 배웠고 당연히 ‘나쁜 것’으로만 알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내가 그 시대로 돌아간다면 이미 사라진 조선이란 나라의 독립을 꿈꾸며 언제까지 독립운동을 할 수 있을까? 살기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친일’ 그 자체를 흑백논리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친일행위는 같은 동족에게 저지른 죄질이 얼마나 고약했는지 여부에 따라 처벌해야 할 것이다. 적극적 친일이라고 할 수 있는 이것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청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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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ppie@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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