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술에게 말걸기] 9. 예술과 융합적 사고
[기획-예술에게 말걸기] 9. 예술과 융합적 사고
  • 정수연 (경영·외래교수) 경영컨설턴트·화가
  • 승인 2009.11.19 16:49
  • 호수 126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8세에 그림을 시작한 엘리자베스 레이튼의 교훈

디지로그(디지털 기반과 아날로그 정서가 융합되는 첨단기술)의 통합적 사상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지혜라고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강조한다. 현재 컴퓨터 산업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요한 인물 중 한 사람인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가 2001년에 선보인 아이팟(iPod)은 과거의 것들을 통합해 새로운 것을 만든 상상력의 실재이다. 창조는 유(有)에서 유(有)를 만드는 것이다. 창조에서 중요한 것은 이미 존재하는 것, 현재 다른 분야에 있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느냐에 관한 상상력이다.

프랑스의 내과의사였던 아르망 트루소(Armand Trousseau, 1801 -67)는 최악의 과학자는 예술가가 아닌 과학자이며 최악의 예술가는 과학자가 아닌 예술가라고 했다. 과학자는 기술을 만들고 예술가는 예술을 만든다고 볼 때 기술과 예술은 각각에 대한 이해 및 활용을 바탕으로 해야 함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내가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이 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여태껏 배운 것과 활용가능한 모든 것을 총동원하라는 것이다. 소위 융합적사고, 통섭적사고 및 행동을 강조하는 것이다.

 

인적자원관리 공부에 마케팅기법을 활용하고 경영전략 공부에 수학을 활용하라고 강조하며 미술 얘기를 많이 한다. 미술을 통한 창조경영의 지혜를 갖게 하고자 함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기술이니 예술이니 경영이니 하는 단어를 별개로 인식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문학가이며 화가인 미국의 폴 호건(Paul George Vincent O'Shaughnessy Horgan, 1903-95)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없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묘사한 세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상상력의 대상은 시장과 고객이다. 무한경쟁시대에 상상력은 필수요소이며 상상력의 바탕에는 예술이 한 자리를 차지함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론을 실재로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를 짓누르는 “예술은 특정인만 하는 것이야”라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예술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는 얘기는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기본적으로 포함한다. 남의 것을 보고 듣는 것도 예술 공부이다. 우리가 매일 새로운 하루를 창조해야 하듯이 우리네 삶 자체가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술을 통한 기술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면 예술의 시각적, 청각적, 감각적 표현을 활용한다는 것과 예술에서 요구되는 상상력 또는 창의성을 활용한다는 것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과 기술의 공통점은 상상하는 방법이다. 예술가가 창작을 어떻게 하는지를 이해하면 기술도 창조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남의 것이 더 이상 남의 것이 아닌 세상이다. 소위 남의 것이라고 생각되는 영역에서 보석을 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남의 것의 영역을 내 것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유연성이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작가가 되는 세상이 지금이다. 전공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남의 전공을 잘 활용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 주창하는 게 바로 이것이다. 전시장에 설치된 TV는 더 이상 안방에서 보는 TV가 아닌 것이다. 백남준 선생은 새로운 매체를 자신의 작품에 접목해 빛의 테크놀로지와 아티스트 관계를 보여주는 일련의 작품을 만들었다. ‘야곱의 사다리’, ‘삼원소’, ‘동시변조’ 등은 레이저의 첨단기술과 미술이 만나 만들어낸 작품이다.

우리는 현재는 등한시하면서 자꾸 미래만 얘기한다. 그리고 자기 탓보다는 남 탓을 더 많이 한다. 그래서 “상황이 바뀌면”, “은퇴 후에”, “나중에”, “때가 되면“이라는 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현재를 즐기지 않으면서 미래 걱정만 한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데 미래가 행복한가? 행복하려면 행복하지 않다는 마음부터 버려야 한다. 68세에 그림을 시작해 약 1,000점의 작품을 남긴 미국의 할머니 엘리자베스 레이튼(Elizabeth Layton, 1909~1993)은 창의성이 그녀의 마지막 15년을 기쁨과 목적의식을 갖고 살게 한 경우라고 한다.

엘리자베스 레이튼은 나이 들어 그림을 그리면서 그의 어두웠던 과거가 축복과 희망의 인생으로 180도 변화됐고 이로 인해 미국의 많은 이에게 존경과 찬사를 받는 화가가 되었다. 그림을 통해 새로운 삶을 누린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광고도 있지만 그런 삶을 사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진정 중요한 것인가를 인식하고 그를 실천하는 능력이 self-leadership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