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결심하고 생각해야 할 것
새해, 결심하고 생각해야 할 것
  • 장현철(농어촌사회복지회 이사) 동우
  • 승인 2010.01.22 01:05
  • 호수 12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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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눈이 온 세상을 덮었다. 대학시절 수련회를 떠났던 어느날도 마찬가지였다. 밤새워 마신 술에 숙취가 풀리지 않았던 아침, 노곤한 몸을 이끌고 창밖을 내다보니, 눈 천지였다. 새벽 같이 일어나 산책길에 나섰던 국문학 전공의 교수님이 문을 열고 들어서며 한마디 하셨다. “천지창조가 따로 없구나.” 우리는 그날 눈에 취해 또 통음했다. 잔설이 내린 나뭇가지가 밤 새워 우리 곁을 지켰다.


그때는 모든 것이 설레임 그 자체였다. 깃털처럼 몸은 가벼웠고, 무엇이든 할수 있는 미지의 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으니, 너나 없이 평등했고, 줄 것도 받을 것도 없었다.


새해, 출발의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무심의 미학’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河海不擇細流 (하해불택세류). 큰 강과 바다는 물을 가리지 않는것처럼 세상에 구애 받지 않고, 모든 것을 열어두어야 한다. 무엇에 얽매이면 꼬이고 꼬인다.


작고 하찮은 일 때문에 속상하고 실수와 실패 때문에 실망하기도 하겠지만 그것도 소중한 일상이다. 세상은 탁류와 청류가 뒤 섞여 있다. 선과 악이 공존한다. 어제의 실망이 내일의 기쁨이다. 달이 차면 기울고 기운 달이 다시 차오르듯 ‘인생의 순환’을 믿어야 희망의 불씨를 지킬 수 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꾸준히 정진해야 할 덕목도 있다. 바로 평생을 걸수 있는 업을 생각하고 다듬어야 한다. 돌이켜보면 삶과 행복의 격차는 업의 차이에서 온다. 평생을 두고 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절반 정도 성공한 셈이다. 직업을 갖기 보다 평생의 업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오늘 보다 내일이 기다려지고, 내일의 눈으로 오늘을 볼 수 있다. 무엇을 하고 싶다는 확고한 생각이 삶의 자양분임을 기억하자.


자기는 누구인가. 과연 나는 다른 누구와 무엇이 다른가. 캠퍼스를 거닐며 놓지 않아야할 화두다. 장삼이사(張三李四)의 삶이 아닌, 무엇인가 특별한 길을 걷고 싶다면 무엇보다 자기정체성이 분명해야 한다. 자기 스토리가 없는 사람은 개성이 없다. 개성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늘 꾸준히 자기를 되짚어 보고 질문을 던질 때 그 사람의 모습에 아우라가 번진다. 자기색깔이 없는 인생은 나침반 없이 항해하는 것과 같다.
물과 물고기처럼 같은 뜻과 같은 생각을 가진 평생의 동지를 구하는 것도 대학시절 게을리하지 않아야 할 일이다. 토인비는 ‘역사의 연구’에서 인생의 본질을 ‘고난’으로 규정했다. 그렇다. 인생은 파도위의 포말처럼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지만, 험한 산을 오르는 것처럼 힘겹다. 힘들고 어려울 때 손을 잡고 껴안아 줄 수 있는 사람을 갖고 있는가. 새해 아침 덕담을 주고 받으며 한번쯤 생각해 볼일이다.

 


장현철(농어촌사회복지회 이사) 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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