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예술이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하는 기본 요소들은 변하지 않는다
이야기가 예술이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하는 기본 요소들은 변하지 않는다
  • 박덕규 교수, 최수웅 교수
  • 승인 2010.01.22 01:26
  • 호수 126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설 부문 심사평

시대에 대한 설명이야 관점과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문화예술의 관점에서 볼 때 현대는 ‘이야기가 범람하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이야기예술을 주도했던 소설과 희곡 등은 물론이고, 영화, TV드라마, 만화, 애니메이션, 공연, 게임 등등의 문화콘텐츠산업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매체에서 수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대중문화의 소재적 활용이나, 패러디 기법의 도입 등에 한정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고려해야 할 사실은, 문학창작자들의 관점 변화이다. 이는 그들이 문학뿐만 아니라 각종 영상예술과 문화콘텐츠를 통해서 ‘이야기의 관념과 가치’를 학습하고 향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그들에게 있어 문학이란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이야기들 중 하나이지, 절대적인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문학과 기타 이야기 사이에 이루어지는 교류 양상에 매우 관대하다. 아니, 애초에 그에 대한 거부감 자체가 없다. 이런 현상은 문학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장르 간의 통섭(consilience)과 혼종(hybrid)은 현대 문화예술의 특징이며, 이제 문학에서도 그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 속에서도, 이야기가 예술이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하는 기본 요소들은 변하지 않는다. 이를 거칠게 정리하면, 다음의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정체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문학은 여타의 매체와 구분되는 고유한 특징을 가진다. 이를 살려내지 못한다면 그 이야기가 구태여 문학의 옷을 입을 필요가 없다. 둘째, 깊이가 확보되어야 한다. 이는 하나의 문제를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그를 통해 표층이 아닌 심층적 의미를 드러내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야말로 문학의 이야기를 풍문이나 잡담이 아닌 예술로 만들어주는 힘이다. 셋째, 독창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 어떤 장르에 속했다 하더라도 이야기 자체가 새롭지 않으면 가치를 가질 수 없다.


이상의 요소들이 이번 심사에서 고려되었던 기준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응모작 중에서는 이를 충족시킨 작품이 없었다. 다만, 다음의 측면에서 가능성을 찾을 수 있었기에 이들을 가작으로 선정했다. 임혜선의 극본 <담타클로스>는 이야기 구성이 단조롭고 해결방법도 기성 작품들과 유사하다. 그러나 상처를 가진 이들이 서로 소통하는 과정을 경쾌한 문체로 비교적 선명하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인정되었다. 김연정의 소설 <작은 새는 바다로 간다> 역시 독창성과 깊이는 다소 부족했다. 그러나 문학예술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서술의 안정성이 돋보였고, 문제를 쉽게 풀어버리지 않고 연장시켜 나가는 힘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심사위원 : 박덕규(소설가·문예창작과) 교수, 최수웅(소설가·문예창작과) 교수

박덕규 교수, 최수웅 교수
박덕규 교수, 최수웅 교수

 dkdd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