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 '역사적 아이러니'를 부수자!
우리대학, '역사적 아이러니'를 부수자!
  • 이민호 기자
  • 승인 2010.03.09 19:43
  • 호수 1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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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유공자와 그 유족들의 삶은 ‘역사적 아이러니’를 낳는 분만실 가운데 하나다. 선대인 독립유공자 대부분이 일제시대 당시 고등교육을 받은 당대 엘리트 출신이다. 하지만 나라와 민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상당수가 대물림된 가난, 이로 인한 교육의 부재, 그리고 필연적인 계층 하락의 연결고리에 허덕이며 지난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런 한편 과거사 문제를 말끔히 씻어내지 못한 나라에서 으레 그렇듯, 독립유공자 후손과 대척에 있는 이들은 사회전반으로 실팍한 힘을 행사하고 있는 진경을 빚어놓고 있다. 더구나 거칠게 말하면, 적지 않은 친일파의 후손들은 사회 각 분야에 젖줄을 대며 친일문제 언급을 금기시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어지럽게 나팔을 불어대고 있다. 친일문제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라는 현실 자체가 오히려 독립유공자와 후손들의 고초를 한결 또렷이 보여주는 지표가 아닐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입이 씁쓸하다.

우리 대학은 독립유공자와 유족들을 지원키로 함으로써, 학교법인 설립자이신 범정 장형선생의 뜻을 반듯하게 실천했을 뿐 아니라 타 대학들에게 크나큰 메아리를 울렸다. 말하자면, 민족 암흑기에 국가와 민족의 독립을 위해 목숨과 가족, 이 모든 것을 희생한 독립유공자에게 소정의 지원금을 전달함으로써 타 대학들의 귀감이 된 것이다. 더욱이 이는 단국대학이 창립 이래 차근차근 내딛어온 발길과도 한결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배움의 기회 제공’이라는 화두에 눈길을 건네면, 우리 대학도 이른바 책(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기자는 몇 년 전에 경향신문에서 독립유공자 후손 절반 이상이 ‘빈곤층’이라는 현실은 학력과 직업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이 같은 통계자료에 오류가 있다고 타박하는 사람조차도 독립유공자의 후손들에게 상대적으로 배움을 기회가 적다는 사실까지 외면하기 힘들다. 우리 대학은 수시 1차 전형에서 독립유공자 특별전형을 실시하고 있지만, 한 해 열 명 남짓밖에 뽑지 않고 있다. 그마저도 일부학과에 제한을 두고 있는 등 설핏설핏 한계점들이 노출된다.

 지난해 서울대는 농어촌출신 학생과 특수 장애 학생 등에게만 주어졌던 정원 외 입학 기회를 독립 유공자 후손들에게도 부여하고자 한 적 있다. 이때 서울대 이장무 총장은 독립유공자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서울대가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고 나서 서울대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비록 종당엔 서울대가 독립유공자 후손 특별전형을 도입하는데 실패했지만, 우리 대학도 그 고갱이만은 선용(善用)할 필요가 있다. 독립유공자 및 유족에 대한 지원과 더불어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들에 대해 너그러운 입장을 취할 때, 우리 대학이 진정한 민족사학으로 또렷이 새겨질 수 있음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민호 기자 sksdlal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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