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보는 학점 인플레는, 대학교육 전반 신뢰도 추락
기업이 보는 학점 인플레는, 대학교육 전반 신뢰도 추락
  • 이민호 기자
  • 승인 2010.05.19 21:28
  • 호수 1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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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수준의 학점인플레 현상은 결국 기업들의 불신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대학이 고교 대신 부풀리기를 이유로 수험생 성적을 불신하듯, 대부분의 기업체 역시 대학의 학점을 신뢰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학점포기제와 재수강제도 그리고 취업용 성적표는 취업을 유리하게 하려는 각 대학들의 목표가 깔려있지만, 실제로는 기업의 학점 변별력과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학점 부풀리기 통해 학생들의 전반적인 학점이 올라감에 따라 채용시장에서 학점이 갖는 변별력이 약해졌다. 때문에 기업들은 채용 시 지원자들의 학점을 아예 고려하지 않거나 반영 비율을 미미하게 설정하고 있다. 모 유통전문회사 인사담당자는 “취업문제가 학점인플레 원인 중에 하나인 것 같은데 학점은 일정기준만 넘으면 고려되지 않는다”며 “단지 지원자의 성실성이나 노력을 평가하는 지표 정도로 사용하고 다른 여러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100명을 선발하는데 A학점 이상이 500명 이상 몰렸다고 밝힌 모 통신회사 인사담당자는 “요즘 대학들이 워낙 학점을 후하게 주고 있어 기업 입장에서 학점은 인재 판별의기준이 못 된다”면서 “최하위 학점인 경우만 지원자의 성실성에 문제가 있다는 정도로 참조할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학점 인플레로 인해 면접과 인 ? 적성 검사의 상대적인 비중은 점차 커지고 있다. 모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학점이 3.6~3.7 정도로 높은데, 전체 입사 평가 점수에서 학점은 5% 정도밖에 차지하지 않는다”며 “학점 보다는 면접 점수가 훨씬 높다고 말했다. 모 손해보험회사의 채용담당자 또한 “학점이 과도하게 인플레되는 현재의 상황에서 기업들은 지원자의 학점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인·적성 검사와 실무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요소 위주로 지원자를 평가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학점인플레 문제는 기업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사원 채용과정에서 학점 커트라인을 서류심사의 중요한 잣대로 활용해왔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이에 대해 모 유통전문회사 인사담당자는 “학점 세탁·성형으로 인한 학점인플레로 인해 현재 몇몇 기업에서 두고 있는 학점제한선은 성실성 평가라는 본연의 의미를 상실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더구나 이러한 학점제한선은 대게 B학점 이상을 요구하기 때문에 졸업생 중 9명 이상이 B학점 이상을 얻고 있는 현 상황 하에서 이러한 제한은 실질적으로 없는 것과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대졸신입 채용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항목으로 ‘조직적응력 및 협동심’을 첫손으로 뽑았다. 학점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요소로 평가됐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다양한 경험을 즐겨온 신입사원들이 대체로 조직 적응력이 빠르고 진취적이어서 업무에 대한 의욕도 강하다고 입을 모았다. 모 통신회사 인사담당자는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통해 대학시절 때의 경험을 꼼꼼히 점검해 평가에 적극 반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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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sdlal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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