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음주문화
캠퍼스 음주문화
  • 홍석기(경영·입학처장) 교수
  • 승인 2010.09.1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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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기(경영·입학처장) 교수

  대학 신입생이 되고나서 제일 먼저 자유를 만끽하게 되는 것 중의 하나가 술을 마음대로  사고, 마실 수 있다는 것일 것이다. 가게에서 술 사는데, 주점에서 술 마시는데 눈치 볼 일이 없고, 신입생 오티(Orientation)를 다녀오고, 전공 엠티(Membership Training)를 마치면 더욱 자연스러워지고, 축제가 되면 아예 캠퍼스에서 주막의 도우미가 된다. 성인이 되었음을 인증하는 즐거운 심리가 자리 잡고 있는 지도 모른다. 술이 건강에 미치는 위해성과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등의 일반적  이야기에 앞서서 G세대(Global Generation) 대학문화로서의 술 문화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미국 및 유럽국가 등 선진국 대학에서는 미성년자는 실질적으로 술을 구매하기가 매우 어렵고, 술집에서도 반드시 신분증을 통해 성년확인을 마쳐야 술을 마실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가의 경우 지자체에 따라서 다르지만 적어도 만 19세 혹은 만 21세(우리나라 대학 3학년)가 되어야 음주를 허용하는 곳이 많다. 늦은 밤 시간에는 할인점 등에서는 아예 술을 팔지도 않고, 술집도 판매를 중단한다.

  대학 캠퍼스의 잔디밭에서 맥주 한 캔을 마시고 있으면 바로 신고가 들어가서 대학경찰(University Police)에 의해 체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를 떠나는 학생은 반드시 알아 두어야 할 사항이다. 한국의 음주문화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학 내 정해진 장소에 한해서 제한된 음주만이 가능하다. 거리, 공원에서의 음주는 당연히 금지되어 있고, 기숙사 내에서도 금지된 대학들이 많다. 외국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나오는 자유분방한 음주는 오락을 위해 만든 것으로써 현실과는 거리가 많다. 우리나라 대부분 대학축제에서 볼 수 있는 주막형 대량 음주문화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별로 변한 것이 없는 것이 우리나라 대학문화 중 음주문화인 것 같다. 30~40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신입생 오티를 담당했던 고참 관광버스 기사님은 25년 넘게 관광버스를 운전하며 대학생 오티를 위해 운전했지만 대학생 음주문화는 변한 것이 별로 없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대부분의 교수님들도 자신의 대학생활을 되돌아보면서 요즘 대학생의 음주문화가 전체적으로는 나아졌지만 과거와 큰 변화가 없음을 느낄 것이다.

  오티나 엠티에서의 술이란 동질감을 얻기 위한 도구로 매우 유용할 수도 있지만 지나치면 건강 뿐 아니라 자신의 경력을 허물기도 한다. 요즘 모 국회의원은 대학생과의 사적인 술자리에서 특정 직군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왜곡되고 성차별적인 언사로 정치생명의 위기에 처해있다. 또한, 고위직 청문회를 보다 보면 매우 오래전 음주운전으로 처벌 받은 것이 밝혀져 결격사유로 공격을 받는다. 조사하면 다 나오는 세상이다. 음주로 인한 경력 허물기는 너무 많다. 취중이라고 이해되거나 허용될 수 있는 법적, 윤리적인 부분들이 점차 좁아지고 있고, 사회지도층 일수록, 선진국일수록 더욱 더 엄격하게 적용된다.

  대학생활 중 실수는 많은 부분 경험으로 치부되고 인생자산이 될 수 있지만 사회에서의 실수는 자신의 경력이 된다. 취중실수도 마찬가지이다. 취업면접에서 지원자의 주량을 묻는 질문은 조직 적합성과 인성을 파악하는 가장 흔한 질문이며, 아예 음주면접을 시행하는 기업도 있다. 단국인이라면 개인적 차원에서 뿐 아니라 후배들을 위해서도 자신의 음주습관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후배들을 위한 대학문화를 어떻게 남길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도 대학 브랜드 향상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다.

  첨언하자면, 취업면접에서 “주량은 얼마나 되십니까?”라는 질문에 즉답하기 어려운 학생들은 (남여불문하고) 학생회관 4층의 취업·진로지원센터에서 상담받는 것이 필요하다. 면접준비의 제1장, 제1절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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