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형 아르바이트도 마다않는 대학생들
음지형 아르바이트도 마다않는 대학생들
  • 김상천 기자
  • 승인 2010.09.14 19:09
  • 호수 1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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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지 않냐고요? 등록금 벌어야죠

■ 음지형 아르바이트도 마다않는 대학생들

무섭지 않냐고요? 등록금 벌어야죠
마루타아르바이트 경쟁률 50대 1

 


아침 8시. 김영균(영문·1) 군은 1교시 수업을 위해 피곤한 몸을 억지로 일으킨다. 새벽 2시에 끝난 아르바이트 때문에 눈꺼풀이 천근같다. 전라도 여수에서 올라와 기숙사 생활을 하는 김 군은 부모님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보정동 치킨집에서 평일 오후 4시 30분부터 11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퇴근시간은 11시지만 늦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인문관으로 향하는 김 군의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김 군의 생활은 남 얘기가 아니다. 아르바이트 포털사이트 ‘알바몬’이 8월 23일부터 일주일간 대학생 335명을 대상으로 ‘2학기 등록금 마련실태’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4.5%의 대학생이 ‘2학기에 등록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이중 43.9%가 ‘학비 부담’ 때문에 2학기 등록을 포기한다고 했다.

특히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은 학비에 생활비까지 이중고를 겪는 실정이다. 부산에서 올라온 양병균(시각디자인·2) 군은 학교 근처 레스토랑에서 금·토·일 오후 6시부터 12시까지 시급 4,600원을 받고 일한다. 학업을 고려해 주말만 일하기로 했지만 막상 해보니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김 군은 “학업에 차질이 있어 후회했으나 시작한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고 싶어 참고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고생하며 한달 꼬박 일해도 받는 돈은 30만 원대 초반이다.

이처럼 돈과 시간이 모두 부족한 대학생들이 ‘음지형아르바이트’의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작년 동일 사이트에서 대학생 1,021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55.2%의 응답자가 ‘돈만 많이 주면 마루타아르바이트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지난해 동등한 설문에서의 49.1%보다 높아진 수치다. 특히 남학생의 응답 비율은 74.1%로 높아 고단한 대학가의 단면을 보여줬다.

마루타아르바이트는 주로 생물학적동등성실험으로, 새로운 약품을 시판하기 전 기존의 오리지널 약과 동일한 약효를 나타내는지 증명하는 인체실험이다. 마루타아르바이트는 30~50만 원대의 높은 보수와 짧은 실험시간 탓에 인기가 높지만, 자신의 몸을 담보로 하는 위험부담이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두 번의 마루타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한정연(가명, 수원대 경영·2) 군은 “각각 35만원, 40만원을 받았다. 약의 성분과 농도, 신장·간 등 약이 사용되는 부위별로 보수가 다르다”며 “약이 강하고 신체에 민감하게 반응할수록 돈을 많이 준다”고 말했다.

심부전증약을 실험한 한 군은 2주 동안 주말 4일에 걸쳐 15회 정도 피를 뽑고, 알약을 먹은 뒤 신체반응을 실험했다. 찝찝하고 꺼림칙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부작용 있을 시 100% 치료해 준다’는 관계자의 설명을 믿고 실험에 임한 것이다. 한 군은 “마루타아르바이트는 경쟁률이 50:1까지 올라갈 정도로 없어서 못하는 실정”이라며 “처음에는 호기심 반으로 했는데, 두 번째는 학교 다니면서 주말을 이용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점에 끌려 또 찾게 됐다”고 말했다.

한 군에 따르면 이 같은 실험알바는 원칙적으로 3개월에 1회로 제한돼있으나 속이고 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또 한 군은 생동성아르바이트는 사실 음지형도 아니라며 신약실험 같은 경우는 하루에 100만원 넘게 받기도 하는데, 그런 실험은 30명이 실험하면 결과가 전부 뒤죽박죽일 정도로 위험하다고 한다.

알바몬 이영걸 본부장은 “실험아르바이트는 단순 참가나 실험보조 등 업무 강도가 낮거나 거의 없고 짧은 기간 동안 보수가 높은 편이지만, 의약품을 직접 투여해야 하고 관련 제품을 직접 사용하고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천 기자 firestarter@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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