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 영어원어강의 어떤가요?
우리 대학 영어원어강의 어떤가요?
  • 단대신문 특별취재팀
  • 승인 2010.10.15 08:45
  • 호수 1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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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45% “영어 사용 빈도 높지 않다”

■우리 대학 영어원어강의 어떤가요?

학생 45% “영어 사용 빈도 높지 않다”


#A군은 남들보다 영어실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공부해야 되는데…’라는 생각만 하다 어느덧 3학년이다.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 이번 학기 영어원어강의 수업을 신청했다. 부족한 영어실력 때문에 걱정도 됐지만 힘든 만큼 영어실력을 월등히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수업은 A군의 생각과 달랐다. 수업 시간에 영어를 쓰는 일은 거의 없었고 가끔 프로젝터로 영어원서를 몇 차례 보여줄 뿐이었다. ‘학교에서 하는 게 다 그렇지…토익 학원이나 다녀야겠다’라는 생각이 A군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학생들의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 마련된 영어원어강의가 2년째를 맞고 있지만 수업시간 영어 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채 제각각의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영어원어강의임에도 수업시간 영어 사용은 극히 제한적이어서 ‘영어원서강의’에 가깝다고 느끼는 학생들이 많았다. 2008학년도 2학기부터 시작된 영어원어강의는 2010학년도 1학기 이후부터는 모든 학과가 의무적으로 2개 이상 영어원어강의를 개설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영어원어강의가 확대 시행됨에 따라 영어원어강의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우리 대학 영어원어강의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단대신문에서는 영어원어강의 수강 경험이 있는 죽전·천안캠퍼스 재학생 총 1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보았다.


영어원어강의 수강이유 영어실력 향상시킬 목적 많아
먼저 ‘영어원어강의 수강 이유는 무엇이었나요’라는 질문에 ‘영어실력을 향상시킬 목적으로’가 24%(44명), ‘해당 강의의 경우 영어원어 수업이 학습효과가 더 높을 것이라 생각해서’가 17%(30명), ‘절대평가로 인해 높은 학점을 따기 유리하다고 생각해서’는 15%(28명), ‘영어원어강의라는 것에 개의치 않고 다른 수업들과 비슷한 이유로’ 23%(41명), ‘기타’는 21%(37명) 으로 나타났다. 기타의견으로는 ‘수강신청에 실패해서 어쩔 수 없이’, ‘전공필수과목이라’ 등과 같이 선택의 여지없이 영어원어강의를 수강했다는 답변이 다수였다. 영어원어강의 수강 이유가 영어 수업이라는 점 때문인 학생은 41%였고 그 외 59%는 다른 목적으로 수강신청을 했다.
영어원어강의 만족도, ‘그저 그렇다’ 39%
‘영어원어강의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만족 7%(12명), 만족 31%(56명), 그저 그렇다 39%(70명), 불만족 19%(35명), 매우 불만족 4%(7명) 으로 ‘그저 그렇다’는 답변이 다수였다.
또한 설문에 임한 180명 중 98명이 ‘영어원어강의가 불만족스러웠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교수의 영어실력 부족’이 10%(10명), ‘학생들의 영어실력부족’이 25%(24명), ‘영어원어강의임에도 낮은 영어 사용 빈도’가 24%(24명), ‘영어원어 수업으로 인한 수업의 질적 저하’가 28%(27명,) ‘기타’가 13%(13명)로 답하였다. 기타 의견으로는 ‘학생들의 수준차가 커서’라는 답변들이 있었다. 수업이 영어로 진행됨에 따라 수업의 질적 저하가 이뤄졌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이에 대해 이용우(정치외교·4) 군은 “깊이 있는 과목 같은 경우에는 한국어로 해도 잘 이해 못하는데 영어로 공부하니까 수박 겉핥기식 같다”고 말했다.
또한 ‘영어원어강의에서 영어 사용은 얼마만큼 이뤄졌나요’라는 질문에서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3%(6명),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14%(25명), ‘중간이다’ 28%(50명), ‘거의 영어로 이루어졌다’ 37%(66명), ‘전부 영어로만 이뤄졌다’ 18%(33명)로 나타났다. 절반 가량의 학생들이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 영어원어강의를 선택하지만 수업 시간 영어 사용 빈도가 높지 않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45%에 달했다. 상경대학 김 모군은 “교재만 영어원서지 100% 한국어로 수업이 진행되어서 영어실력의 향상을 기대할 수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수업 방식에 대한 규정 전무
약 절반 가량의 영어원어강의가 본래의 취지를 못 살리고 있지만 영어원어강의를 진행하는 교수나 학생이 느끼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오승택(건축·1) 군은 “영어로만 진행하는 수업은 이해하기 조금 벅찬 느낌이었다”며 “교수님께서 한국어를 함께 곁들어 설명해 준 경우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조한승(정치외교)교수는 “수업은 영어로 설명한 후 한국어로 재설명하고 있다”며 “수업을 영어로만 진행할 경우 정확한 내용을 학생들이 이해하기에 어렵고, 교수 입장에서도 내용을 정확히 전달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설명했다.
이러한 어려움들이 영어원어강의임에도 실제 수업시간 영어 사용 빈도가 높지 않게 만드는 요인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 대학의 경우 영어원어강의에서 영어 사용을 어느 정도 해야 한다는 규정이 전무해 수업별로 영어 사용 빈도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현재 학사지원과는 영어원어강의의 어려움을 고려해 수업시간 영어와 한국어 사용을 혼재하도록 하고 있다.
타대학의 경우 영어원어강의 진행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을 만들어놓고 수업을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중앙대는 학칙에서 영어원어강의의 경우 강의계획서 작성을 비롯하여 교재, 과제, 시험문제를 한국인 교수가 모두 외국어로 진행하는 강의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강의평가 시 영어로 진행된 강의 및 교재, 과제, 시험문제 등 영어원어강의의 사실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을 추가했다. 이화여대는 모든 수업 내용을 영어로만 진행하는 수업의 경우에만 영어원어강의로 인정하고 있다.


해결책은 영어로만 수업 진행?
영어원어강의가 오로지 영어로만 수업이 진행된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하다. 특히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사용하는 현재 영어원어강의에서도 영어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많아 수업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영어원어강의를 진행하는 정성환(기계) 교수는 “2, 3학년 때 영어 강좌를 듣게 되는 학생들이 간혹 1학년 학부 기초에 나오는 영어 단어를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준수(고분자공·4) 군은 “많은 학생들이 영어원어강의 수업시간 수업내용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 간의 수준차 문제도 제기됐다. 인문대학 박 모양은 “학생들 간의 수준차가 심해 영어를 잘하는 학생들은 발표할 기회도 많다”며 회의감을 보였다.
이밖에 영어원어수업으로 인해 수업의 질이 낮아지는 경우도 있었다. 문과대학 일본어를 전공하고 있는 이 모양은 “영어원어수업에서 영어로 설명이 된 일본어교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더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황창하(정보통계) 교수는 “강의 내용이 어려워 영어로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어 “전공과목에서의 영어 사용이 자칫 수업의 질을 흐릴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효율적·체계적인 도입 필요
그렇다면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영어원어강의를 위해선 어떤 대안이 마련되어야 할까. 우선 학생들이 영어원어강의 수강에 어려움이 없도록 저학년 때 실시되는 영어 교육을 좀 더 강화시켜야 한다는 분석이다. 또한 학과별로 영어원어강의에 적합한 과목을 찾는 노력도 중요할 것이다.
영어원어강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수업 테크닉을 함께 공유하는 천안 영어연구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표경현(영어) 교수는 효과적인 영어원어강의를 위해서는 “교수는 수업목표량을 현실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고, 학생들이 그 수업목표량을 이해하고 학습하는 데 교수와 상호작용하는 기회를 더 많이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단순히 영어원어강의 비율만을 높이는 게 아니라 그에 맞는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영어원어강의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단대신문 특별취재팀

<설문조사 : 죽전,천안 취재팀

취재 : 이승제 기자 redhands@dankook.ac.kr ,

박윤조 기자 shynjo03@dankook.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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