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 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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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호 기자
  • 승인 2010.11.09 20:50
  • 호수 12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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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통한 인간과 동물의 교감은 고통인가 행복인가

   ◇술자리가 한창인데 문득 “집에 일찍 들어와서 대박이 밥 챙겨주고 오줌 뉘어라”는 엄마의 말이 귓전을 울린다. 이제 막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는데 강아지 때문에 먼저 가야 한다니 아쉬움에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시작한 이후로는 뭘 하든 강아지가 마음에 걸리니 마치 애 키우는 엄마가 된 기분이다. 왜 강아지는 키우자고 해서 이 고생일까 싶다가도 불도 안 켜진 어두운 집에서 밥도 안 먹고 혼자 있을 녀석을 생각하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애완견 키운 지도 어언 9년. 나름 애완견 돌보기의 베테랑이 됐다. 애완견 키우는 게 별거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애 키우는 것만큼 힘든 게 애완견 키우기다. 애완견은 주기적으로 산책을 시켜야 된다. 약 한 시간 정도 같이 공원 같은 곳을 돌아다녀주면 되는데 언제 무슨 일이 날지 몰라 항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자칫 놀러 나온 애기가 애완견의 접근에 울음이라도 터트리는 날에는 몰지각한 사람이 되는 수모를 겪어야 한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차도로 부리나케 뛰어가는 애완견을 간신히 잡아 위기를 모면할 때는 놀란 가슴이 쉽게 가라앉지 않아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기도 한다. 그 외에도 애완견 똥 치우는 일은 모자를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쑥스러운 일이고, 집으로 돌아와서 씻기고 말려주는 일 또한 힘이 쏙 빠지도록 힘든 일이다. 그런데도 하루 종일 산책 나가기만을 기다리며 “나갈까?”라고 하면 어떻게 알아들었는지 신나서 사방으로 팔딱팔딱 뛰어다니는 녀석을 보면 그러한 불평도 잊게 된다.

   ◇애완견 키우기는 TV에 나오는 것처럼 매순간 행복하지만은 않다. 즐거울 때가 한 번이면 힘들고 짜증날 때가 아홉이다. 너무 좋아서 잘 때도 껴안고 잔다는 사람들도 몇 시간 뒤면 애완견에게 이부자리를 뺏기고 구석에서 자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가족들에게 다시 애완견을 키우겠냐고 묻는다면 하나같이 지금도 여건만 되면 몇 마리 더 키우고 싶다고 말할 것이다. 어느새 가족의 일부가 되어 짜증나고 힘든 순간조차 사랑이 돼 버린 것 같다.

   ◇늙어가는 애완견을 보며 조금씩 이별을 준비할 때가 다가옴을 실감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하다. 늙어 병치레로 고생하는 반려동물을 끝까지 키우는 사람들을 보면 무척이나 힘든 일임을 느낀다. 스스로 오줌도 누지 못 하는 개를 방광 부분을 눌러줘 오줌을 뉘게 하면서까지 키우는 사람을 보며 저렇게 까지 해서 키워야 하는가 라는 안타까움이 들었었다. 하지만 정작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우리 가족들이 과연 냉정하게 안락사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수많은 반려동물들이 늙고 병들어 버려지고 있지만 마지막까지 그들의 죽음을 지켜봐주는 것이 서로에게 괴롭고 힘든 기억이 될지, 아니면 반려동물과의 사랑에 마침표가 될지 이성적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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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NoiDa@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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