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자석 - 사회는 소통한다, 고로 존재한다
주간기자석 - 사회는 소통한다, 고로 존재한다
  • 김상천 기자
  • 승인 2010.11.24 01:00
  • 호수 12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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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쪽에 눈 밝은 이들은 ‘T.G.I.F’의 시대가 왔다고들 한다. Twiter, Google, Iphone, Facebook의 약자란다. ‘소통의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소통은 정답이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 이 뻔한 답을 몰라 그토록 애를 먹었다. ‘일방통행’ 정책추진에 뿔난 국민들은 이 대통령 말이라면 제쳐두고 반대부터 했다. 대화하려들지 않고 무조건 자기 말이 옳다고 고집하는 태도가 국민들로 하여금 반감을 사게 만든 것이다.

‘감동 단국’, ‘소통 단국’을 비전으로 내건 우리 대학이 집권 초기의 ‘소통불능 MB정부’와 겹쳐 보이는 게 기자의 눈이 어두운 탓이 아니라면 큰일이다. ‘단국비전 2017+’의 발전목표를 보면 ‘감동 단국=수요자 중심의 행정·재정 선진화 … 수요자에게 감동을 안겨주고자 하는 목표’라고 적혀있다. 여기서 말하는 ‘수요자 중심’이 지난 학기 ‘15주 축소’의 일방적 통보와 최근 ‘계절학기 전공 제한’ 및 ‘분반 축소’의 일방적 통보와 무슨 관련이 있나. 더욱이 ‘수요자의 감동’이라니 아리송한 것이 도무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수요자 중심’이라면 적어도 수요자의 의견을 묻고, 아니면 최소한 귀띔이라도 해서 수요자가 수요할 준비라도 시켜주는 게 기본 아니겠는가.

이번 계절학기 전공 제한 기사를 취재하며 만난 많은 재학생들은 ‘소통부재’에 대해 상당한 불만이 쌓여있었다. 상경대 복사실 앞에서 만난 4학년 학생의 대수롭지 않다는 투는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그는 “우리 대학의 소통불능과 편의지향 행정은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 새로울 건 뭐냐”고 체념했다. 한 학생은 학교 측의 독단적 학사 행정을 “날치기 국회와 똑같다”고 비꽜다. “한데 모아 외부 언론에 고발하고 싶지만 학교 망신이라 참고 있을 따름”이라며 흥분하는 그의 모습에서 소통의 빈자리에 들어앉은 불신이 느껴졌다.

소통은 관계의 시작이자 끝이다. 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이요, 궁극의 기술이다. 소통하지 못하는 개체들은 흩어져서 죽고, 소통하는 개체들은 뭉쳐서 살아남는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귀를 틀어막은 대학의 정책 결정은 제 닭 잡아먹기다.

학사지원과 측의 “학점 이월제 등과 시기를 맞추다 보니 공고할 시간이 없었다”는 말은 여러 모로 아쉬움을 남긴다. 학점이월제와 시기를 맞추는 것이 갑작스런 학사제도 변경으로 학생들이 피해 입을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보다 높은 우선순위에 설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계절학기 문제는 오래전부터 거론돼 온 것이라고 말했으니 애초부터 학생들과 대화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라는 비난을 면할 길이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 대학이 가장 부족한 것,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 그건 영어강의도 치과도 아니다. 다름 아닌 ‘소통’이다. 

김상천 기자  firestarter@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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