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들에게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들에게
  • 이승제 기자
  • 승인 2011.02.23 15:28
  • 호수 12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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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이 보이지 않을정도의 빠른 속도로 달리다 보면 난 항상 1등이다.” 독자가 보기에 이 장면의 소년은 행복해 보이는가. <안나라수나마라>의 나일등이 아스팔트길을 달리고 있다.

기자의 고등학교 생활은 슬펐다. 친구들은 입학 첫 날부터 대학 합격의 당락을 결정짓는 수능시험 날짜를 샘했다. 기나긴 마라톤의 시작이었다. 학교와 학원과 도서관과 집. 하루하루를 대학 입시를 위해 달려 나갔다. 뫼비우스 띠와 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나갔다. 경기를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대학을 나와야 사람 취급을 받지”. “요즘 취업이 얼마나 어려운 데, 좋은 대학을 가야지”. 우리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었다. 마라톤을 하며 꿈꾸는 세상과 머릿속 고민들을 이야기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었다. 옆에서 달리는 친구들과 부대끼며 달려 나가는 사이. 어느새 기자의 꿈은 수능 시험을 잘 보는 일과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게 되었다. 내가 바라지 않았던 꿈. 꿈을 향해 달려나가는 일이 즐겁지 않았다.

하일권의 웹툰 <두근두근두근거려>는 그 때 기자의 이야기다. 나갈 문을 찾지 못해 쳇바퀴에 갇힌 햄스터처럼 아무런 목적도 없이 달리던 하루하루. 달리지 않으면 뒤쳐져버린다는 생각에 멈춰선 안됐다. "공부 같은 건 이제 머리에 안들어온다구요. 아버지는 지금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기나 해요?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알기나 하냐구!!!"라고 말해. 주인공 ‘수구’가 아버지 앞에서 아무 말 없이 돌아서는 장면은 쳇바퀴를 멈추지 못 했던 그 때 기자의 모습이었다. 달리기를 포기하고 쳇바퀴에서 나가면 되었을 것을. 기자는 후회를 곱씹는다.

그런 후회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대학에 와서  나름 노력했던 것 같다. 경쟁에서 뒤쳐져 나만의 길을 찾기 위한 행동이 불투명한 미래를 예고하는 지 모른다. 그런 불안감이 때때로 엄습해 오기도 한다. 주위 가족과 친구들의 이야기는 그런 내 불안감을 커지게 한다.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 좋은 직장을 다녀야지.” “요즘 취직이 얼마나 어려운데, 헛된 생각 마라. 현실적으로 생각해라.” 이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기자는 흔들린다. ‘성공한 인생’을 목표로 하는 마라톤을 다시 뛰어야 하나. 기자도 모르게 발을 내딛는다.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일을 나무랄 순 없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달리는 일은 그 사람의 선택이다. 어른들의 말은 사실일 지 모른다. 남 보다 풍족하게 생활하고, 사회의 상층부로서 부유한 생활을 누리는 일이 행복일 수 있다. <안나라수나마라>에서 ‘아이’ 스스로가 어른이 되고자 하는 노력은 그런 현실을 잘 알기 때문일 게다.

그런데 성공한 우리는 정말 행복할 수 있을까. 행복을 위해 달려가는 길에서 그 길이 정작 행복하지 않다면 우린 행복한 걸까. 작가 하일권은 묻는다. 당신이 달리는 길은 행복하냐고.

달리는 일이 행복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답답한 현실에서 위로받기 바라는 마음으로. 달리는 일에 회의하는 이들에게는 그들이 잃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하길 바라며 하일권의 만화를 추천한다.

 

이승제 기자
이승제 기자

 redhan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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