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의견 ① - 정창률(사회복지) 교수
전문가 의견 ① - 정창률(사회복지) 교수
  • 고민정 기자
  • 승인 2011.03.30 22:23
  • 호수 12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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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복지제도 발전 위해서 복지의 정당성 지켜져야


지난 지방선거이후 초중고교 무상급식 실시가 정치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이에 대한 많은 논쟁이 있었다. 한 예로, 서울시의 경우 무상급식을 둘러싸고 시장과 시의회가 첨예한 갈등을 드러낸 바 있으며, 현재 서울시의 일부 지역은 초등학교 4학년까지, 그 외 지역은 초등학교 3학년까지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시장은 한정된 서울시 예산을 가지고 충분히 경제적 여력이 있는 아이들에게까지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것은 예산 낭비이며 그러한 제도를 실시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서울시의회는 저소득층 아이들만 무상 급식을 실시하게 되는 경우 발생되는 낙인(stigma) 문제는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과다한 서울시 홍보예산을 줄이기만 해도 이 정책이 실시하는데 재정적인 문제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 문제는 가치에 대한 문제로서 현재 부분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무상급식제도가 실제 학생들과 부모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더욱 확대될 수도 혹은 폐지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2008년도 교육감 선거 이후 경기도 교육감에 의해서 처음 제기된 이 무상급식 실시에 대한 논쟁은 단순히 학생들에게 급식을 유상으로 실시할 것이냐 무상으로 실시할 것이냐를 뛰어넘어, 한국 복지국가가 나가야 할 방향이 보편적 복지인지 선별적 복지인지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졌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 겪었던 논쟁은 아니며, 서구 복지국가들도 이미 수십 년 전 복지제도를 사회권(social right)에 기초하여 전 국민을 포괄하는 보편적 형태로 발전시킬 것인지 아니면 저소득층에게 한정해서 목표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고민한 바 있다. 급기야 민주당에서는 <보편적 복지추진방향 3+1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그리고 반값 대학 등록금을 실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으며, 정부와 여당은 그러한 공약이 가지고 있는 비현실성을 강하게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실제 논쟁 이면을 보면 두 정파 사이의 정책 차이는 별로 없는 것이 사실이다. 민주당의 공약 가운데 가장 큰 비용이 드는 것은 무상보육과 무상의료인데 ‘무상’이라는 수사와 달리 실제 내용을 보면 현재의 보육제도와 건강보험의 틀 내에서 일정수준 확대시키자는 것으로, 이는 현재 정부정책과 배치되지 않는다. 특히, 건강보험의 경우, 실제 내용은 (입원환자들을 위한 본인부담금을 없애는 대신) 외래 환자의 경우 본인부담금을 일부 계속 납부하도록 하는 것이며 야당 일각에서는 건강보험 재정을 위해서 경증 외래 환자의 경우 본인부담금을 현재보다 더 높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현재 정부도 지속적으로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줄여나가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와 야당 사이의 실제 정책 내용의 차이는 미미하다. 현재 건강보험 재정의 35%를 차지하고 있는 본인부담금을 야당은 약 10-15% 수준으로 줄이자는 것이며, 정부는 약 20-25% 수준으로 줄이자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결코 서로 화해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지 않을까?

결국 현재의 복지 논쟁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실제로는 의미 있는 내용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 논쟁이 야기한 진짜 문제는 복지가 정치 이슈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는 두 집단의 복지정책 내용이 큰 차이가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아젠다를 선점하기 위해 서로를 비난하기에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며, 그러한 도중에 복지의 수혜자인 국민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어렵다. 복지를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할 때 그 국가의 복지제도가 발전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올바른 정책이 아니라 그때그때 정치적으로 필요한 정책을 실시하게 되면 결국 복지제도는 그 정당성을 심각하게 침해받을 것이다. 최근의 복지논쟁은 삶의 문제로서 복지가 주요한 논쟁거리가 되었다는 점에서는 중요한 의의가 있지만 자칫 ‘복지는 인기영합주의다’라는 오해를 낳을지 모른다는 걱정을 지울 수 없다. 

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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