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에도, 학교 밖에도 밥 먹을 데가 없어요”
“학교 안에도, 학교 밖에도 밥 먹을 데가 없어요”
  • 이수빈·박단비 기자·김도영·김승건 수습기자
  • 승인 2024.06.04 15:40
  • 호수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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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에는 ‘학생식당’ 유일
밖에도 식당 적어 불편해
고물가 영향으로 상권 쇠퇴
금요일 오후 1시, 죽전캠 바로 앞 식당이 있는 거리는 점심시간임에도 한적하다.
금요일 오후 1시, 죽전캠 바로 앞 식당이 있는 거리는 점심시간임에도 한적하다.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 우리 대학 재학생들의 심각한 고민이다. 하지만 이 고민을 해결해 줄 식당은 변변찮다. 교내에서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은 사실상 학식과 편의점뿐이기 때문이다. 학식에 대한 재학생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는 지금, 학교 밖 밥 먹을 곳은 충분한가.

 

죽전캠은 교내에서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 학생식당, 교직원 식당, 기숙사 분식당 3곳뿐이다. 이마저 맛과 비용에 만족하지 못하는 재학생이 많다. 이세민(컴퓨터공2)씨는 “학식이 큰 메리트가 없어서 학교 앞 식당에서 먹는다”고 밝혔다. 

 

일러스트 이다영 기자
일러스트 이다영 기자

우리 대학 앞 상권, 재학생에만 의지

학교 근처에서 식사하는 재학생이 많기에 우리 대학 앞 상권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정보시스템(이하 상권정보)으로 알아봤다. 죽전캠 상징탑 300m 반경에는 ▶백반/한정식 19개 ▶일식 회/초밥 5개 ▶마라탕/훠궈 5개 ▶김밥/만두/분식 3개 등의 음식점이 운영되고 있다. 이기열(사학4)씨는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부족하다”며 아쉬워했다.

 

천안캠은 교외에서 밥을 먹기 위해서 역말 또는 치과대학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역말에는 요리주점과 카페를 포함한 음식 업소 수가 단 14개뿐이다.

 

취재를 해보니 대학 상권의 주 소비층인 재학생들조차 맛집을 찾거나 유흥을 즐기기 위해 학교 앞이 아닌 보정동과 종합터미널로 이동했다. 배정아(정치외교1)씨는 “편입학했는데, 그 전 학교와 비교했을 때 대학가의 규모가 작은 것 같다”고 말했다. 

 

죽전캠 상권은 대지고등학교로부터 직선거리 200m 이내에 있어 학교보건법에 따라 규제를 받는 상대정화구역에 속해 있다. 이는 상권의 다양화를 억제하는 요인이 된다.  

 

상권정보에 따르면 죽전캠이 위치한 상권의 5월 기준 일평균 유동 인구는 1만 8080명, 인근 중심가인 죽전카페거리는 5만 8426명이다. 학교 앞 상권에 비해 죽전카페거리의 유동 인구는 약 3배 더 많았다. 이에 대해 이호병(도시계획·부동산) 교수는 “보정동은 주요 교통축을 접하고 있어서 상업활동이 활발한 곳이다”고 말했다. 즉, 우리 대학 앞 상권은 재학생들만을 주 고객으로 하지만 죽전카페거리는 다양한 소비층을 수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우리 대학 주변은 주거 배후지로써 외부 지역으로의 유출입교통량이 활발하지 않은 편”이라고 밝혔다. 또 죽전캠 인근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상권의 위치가 “고가도로가 있어 단절되는 경향이 있고 항아리처럼 막혀 있다”며 지리적인 한계를 얘기했다.

 

지난 3월 기준 천안캠 역말의 일평균 유동 인구는 2824명이다. 상명대 정문 앞은 4542명으로 1.6배 이상 확연한 차이가 나타난다. 정소연(동양화1)씨는 “근처 대학가에 비해 우리 대학 앞에는 편의시설이 훨씬 적은 것 같다”며 “사실상 인접한 대학가를 더 많이 이용한다”고 밝혔다.

 

학교 앞 상권은 6개월 장사그쳐

현 상권에 대한 상인들의 생각은 어떨까. ‘맛의 전쟁’을 운영하는 이정애씨는 죽전캠 앞에 개업한 지 약 15년이 됐다. 이씨는 “물가가 너무 올라 비용적인 부담이 커졌다”며 “손님의 수도 적어진 것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개업한 지 약 2년이 된 ‘헤어살롱’의 원장 희권씨는 “학기와 방학 간의 수익 격차를 체감한다”며 ‘동네 주민들이 상권에 찾아오지 않는 것’을 우리 상권의 문제점으로 제시했다. 이 같은 상권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최근 입점한 가게도 있다. 지난 5월 3일 개업한 ‘포후에’ 사장 김태은씨는 “학교 앞이 ‘6개월 장사’라고 하지만 맛으로 승부하겠다는 생각으로 이곳에서 영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천안캠 인근 ‘마라순코우’ 사장 마복화씨는 “주 고객은 학생들뿐인데 방학이 되면 대학가에 학생들이 사라져 장사가 안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국수기행’ 사장 윤지은씨 또한 “역말 쪽에는 학생들이 사는 원룸이 많지 않아 상권 발달이 비교적 미약한 것 같다”고 말했다. ‘와다라멘’ 사장 신영준씨는 “대학교에는 보통 정문이나 후문이 있기 마련인데 우리 대학은 문이 없어 학생들이 분산된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 상권 종사자의 공통적인 의견은 방학이 되면 학교에 사람이 없어서 장사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죽전캠 인근 공인중개사에서 12년간 근무한 B씨는 “방학 중 상인들의 어려움은 우리 대학가에 항상 존재하던 문제점”이라며 “코로나 이후로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천안캠 인근 공인중개사 대표 C씨도 “해마다 두 번의 방학이 있어서 4개월은 수익이 전혀 안 나는 구조”라며 “연 매출로 환산해 따져봐도 특별히 큰 메리트가 없다”고 밝혔다. 

 

“푸짐 하고 싼 식당 원해요”

대학 상권의 어려움은 우리 대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경기도 소재 다른 대학의 상황은 어떠한지 알아봤다. 수원시에 위치한 아주대는 유동 인구가 일평균 5만 9168명으로 우리 대학에 비하면 약 3배 많다. 17년간 아주대 인근에서 상가를 전문으로 중개해 온 D씨는 아주대 상권에 대해 “교내 식당 업체가 바뀌면서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식사를 해결해 점심시간에도 골목에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가의 전성기는 이제 다시 오기 힘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학교 앞 상권 쇠퇴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다.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에 따른 고물가와 고금리 시대, 활발해진 온라인 구매 등이 현실적 원인이다. 학교 밖의 밥값이 비싸면 학교 안에서라도 끼니를 해결해야 하지만 이도 여의찮다. 평균 6000원대 가격의 학식, 먹어도 만족도는 높지 않다. 

 

“학교 안에도, 밖에서도 항상 배고파요.” 많이 먹어도 한창 배고플 나이. 재학생들을 위한 저렴하고 푸짐한 식당이 교내에도 교외에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수빈·박단비 기자·김도영·김승건 수습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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